
(..1부에서 이어집니다)
※경고!※
일부 움직이는 gif이미지들 가운데 번쩍번쩍 거리는 섬광효과가 있으니, 어지러움 주의 드립니다!;
또한 바디 호러라는 영화 장르상, 설명 보충을 위한 일부 공포스러운 스틸컷도 있음을 미리 알립니다!;
공포 이미지에 약하신 분들께 양해를 구합니다;
그리고 이런 공격적이고 실험적인 영화들이 그렇듯 만들어지는 과정 역시 수월하지 않았단다. 이 영화는 러셀 감독의 첫 헐리우드 스튜디오 합작 영화였다. 창작의 자율을 보장해주던 영국과 달리 헐리우드 스튜디오는 역시나 러셀 감독과 사사건건 충돌하였다. 가장 문제가 된 지점은 편집에서였다. 러셀 감독이 자기 의도를 담은 첫 편집본은 이해할 수 없고 수위가 위험하다는 스튜디오의 지적 하에 재편집을 받아야 했다. 그래서 더 많은 동물들이 원시인으로 변한 에드워드에게 학살되는 동물원 장면들부터, 실험을 말리는 에밀리와 실험에 집착하는 에드워드 간의 철학적인 논쟁 장면들을 편집되나갔다. 그래도 영화가 2시간이 넘자 영화의 시간을 줄이고자 제작진은 러셀을 감독을 거의 배제해놓고 환각 장면의 영상들을 10프레임 이내로 짧게 잘라 빠르게 전개하는 시도를 했다. 그렇게 (러셀 감독이 의도했던 것이 아니었던)정신없이 속도감 넘치는 환각 시퀀스가 탄생된 것이다.

사실 편집 전부터도 러셀 감독은 작가 패디 차예프스키와도 크게 갈등을 빚었다. 희곡 작가 출신은 차예프스키는 많은 양의 우아한 대사들로 철학적인 논쟁을 하는 대화씬들을 썼지만, 러셀 감독은 그보다 영상에 집중하고 배우들의 대사 연기도 속사포처럼 빠르게 오가는 식의 정반대로 연출했다. 그래서 이에 분개한 차예프스키는 크레딧에서 자신의 이름을 빼기를 요청하기까지 했다(그래서 크레딧에 ‘시드니 에런’이란 가명으로 기재됐다.) 심지어 <스타워즈>에 참여해준 ‘존 다익스트라’가 참여해준 시각효과 장면들도 극중 분위기와 맞지 않는다며 러셀 감독은 그 장면들을 모두 삭제하였다. 제작진들에 따르면 그 삭제된 장면들엑 “역사상 가장 비싼 쓰레기”라 불렀단다.
야심찼던 헐리우드에서의 프로젝트가 오히려 싸움터만 되고 흥행마저 제대로 건지지 못하자 러셀 감독은 영국으로 돌아가야 했고 다시는 헐리우드와 작업하지 않았다. 전작들로 받아 온 명성 덕분에 러셀 감독은 자신을 환영해주는 영국에서야 무지막자한 창작 스타일의 자유를 허락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80년대 유행을 타기 시작한 에로틱 스릴러를 정신파괴 수준으로 질주해 나간 <크라임 오브 패션>(1984), 19세기 초 바이런과 메리 셸리를 비롯한 문학계 거장들의 하룻밤 실화를 악마적으로 재해석한 <고딕>(1986), 기독교를 향한 이교도 신의 복수를 그린 <백사의 전설>(1988), 성매매 여성의 밑바닥 삶을 날것 그대로 그려 제한상영가 판정까지 받은 <여자의 눈물>(1991)까지 광란의 작품들을 자유롭게 쏟아낼 수 있었다.

비록 험난한 과정을 겪었어도 듬직한 인재들이 러셀 감독과 함께 해주었다. 떠오르던 신예이자 이후 마블 유니버스의 로스 장군을 연기하게 되는 ‘윌리엄 허트’부터 ‘블레어 브라운’, ‘밥 밸러밴’과 같은 스타 배우들, 훗날 <블레이드 러너>(1982)의 촬영을 맡게 되는 ‘조던 크로넨워스’ 촬영감독, CG 없이 화학물질 광학 현상만으로 환상적인 환영들을 표현해준 ‘브랜 패런’ 시각효과 감독까지가 참여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서 가장 최고의 인재는 ‘딕 스미스’ 특수분장사일 것이다. 이름을 낯설더라도 그는 40년대부터 분장일을 시작해 70~80년대 헐리우드 대표 장르 영화들의 분장을 맡아 온 베테랑 분장사였다. <대부>(1972)에서 40대 중반 말론 브란도를 70대 돈 콜리오네로 분장시켜 준 것도 그였고, <엑소시스트>(1973)에서 방의된 살벌한 비주얼을 현실적으로 살려준 것도 그의 솜씨였다.


본작에서도 스미스는 에드워드의 육체가 부풀어 오르고 고무같이 변형되는 효과들, 유인원으로 퇴화된 전신까지 비주얼들을 극사실적으로 표현해주었다. CG 기술에 익숙해진 지금 시각에서 보면 라텍스 질감부터 털을 덧붙인 게 티가 나 보일지라도, 당대 바디 호러라는 장르가 전무했던 시기에 그가 연출해낸 신체 변형 장면들을 보고 관객들이 얼마나 식겁했을지 상상이 간다. 물론 스미스와 러셀 감독과의 협업도 멀쩡하진 않았다. 스미스가 작업한 일부 신체 변형 장면들이 러셀 감독과 제작진 입장에서 풍선 인형같아 보여 우스워 보이기에 많은 장면들이 편집과정에서 삭제됐다. 영화 공개 후에야 이를 안 스미스는 크게 상심하였다고 전해진다.

러셀 감독의 필모 전반을 따라가다 보면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도달하게 된다. 그러나 이를 진지하게 분석하는 대신 그는 (인간이 신의 모습을 본따 만들어진 선택받은 존재라는 사상에서 기원한)서구 이성주의를 대표하는 두 가지 축을 두고 본다. 그것은 ‘종교’와 ‘과학’이다. 이 둘 모두 이성주의, 합리주의 철학을 대표하는 테마이자 그렇게 지금의 서구 문명을 이끌게 만들어준 동력이자 우상(偶像)이기도 하다. 혹자는 하난 실제 측정 가능한 영역이고 다른 건 영적인 영역이라 서로 대비된다고 보겠지만, 러셀은 결코 종교와 과학을 대립시키지 않는다. 이 둘은 사실상 서로 대립되는 듯 하면서도 함께 서구 역사에서 기술의 발전을 도모했고 동시에 서구 철학자, 사상가, 정치가들로 하여금 세계를 이해할 수 있다고 믿어오게 만들어 주어온 양면의 동전이다.



러셀은 이들의 극한을 보여주어 그에 대한 믿음이 스스로 무너질 때 드러나는 민낯을 집요하게 포착한다. <상태 개조>를 비롯한 그의 영화들이 정신 산만할 정도로 원색적이고 과격하며 신성모덕적인 이미지들로 다분한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그의 시선에 있어서 종교는 구원이 맞으면서도 동시에 그에 의존하게 되는 감옥과 같이 보인다. <상태 개조>는 러셀이 항상 던져 온 그 질문에 SF적 요소를 총집합하여 다시 풀어낸 절정이었던 셈이다. 주인공 에드워드는 트라우마였던 아버지의 죽음으로부터 도피(혹은 죽음을 정복)하고자 하지만 그 결과는 눈이 여섯 달린 염소 머리의 예수상의 환영이라는 악몽으로 이어진다. 그럼에도 (에드워드 뿐만 아닌 여타 러셀 감독의 영화 주인공들도 마찬가지로)그 집요한 탐구의 결과는, 죽음보다 더 두려운 비인간화다.


즉, 더 나아진 인간이 아니라 원숭이처럼 퇴하되는 것을 넘어 더 이상의 현실(지구상)의 물질이 아닌 흡사 종양 덩어리와 같은 변화를 겪는다. 무엇보다 끔찍한 건 그가 사랑하는 가족에게 방사능 등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과학과 종교 모두 에드워드에게 절대 ‘구원’이 되지 못한다. 이 일련의 사건들은 절대적 가치를 이성주의라는 이름으로 찾아 헤매다 학살부터 자멸까지 겪은 서구 문명사와 겹쳐 보인다. 이러한 러셀의 영화세계에서 육체는 언제나 단순한 껍데기가 아니다. 그것은 정신이 폭주할 때 가장 먼저 붕괴되는 매개체이자, 인간이 더 이상 인간으로 머물 수 없게 되는 경계선이다. 때문에 그의 영화에서 신체는 자주 훼손되고, 성적으로 노출되며, 때로는 기괴한 상징으로 변형된다.

이 지점에서 <상태 개조>는 켄 러셀 필모그래피 안에서도 결정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감각 차단 실험, 환각, 유전적 퇴행이라는 외형을 띠고 있지만, 영화가 진정으로 집요하게 파고드는 것은 의식이 육체를 벗어나려 할 때 발생하는 파국이다. 육체가 죽음, 트라우마와 같은 한계를 초월하기 위해서는 그 고통의 통로이자 그 도구로서 육체 스스로의 한계를 거쳐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에드워드를 비롯한 주인공들이 이성을 넘어서는 순간 가장 자기 자신이 되는 동시에 방사선을 내뿜고 새로운 교주(신)이 되는 가장 위험한 존재가 된다. 러셀은 그렇게까지 고통을 겪으면서 초월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진지한 철학 외에도 영화가 이후 준 문화적 레거시도 엄청나다.
환상적인 이미지들이 뮤직비디오처럼 빠르게 지나가는 몽타쥬 편집은 실제 이후 등장한 MTV에 영향을 주었으며, 극중 격리실험 및 신체 변형 설정도 이후의 SF 영화들에 영감을 주었다. 특히 일본 애니메이션 거장 ‘오토모 카츠히로’는 이 영화의 열렬한 팬이었고 그의 대표작 <아키라>(1988)에도 오마쥬를 바쳤다. 테츠오가 흉측하게 변하는 바디 호러 장면과 그런 테츠오의 신체 파장 모니터에서 우주가 탄생하는 과정이 그려지는 장면이 바로 그 오마쥬다. 또한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에서도 일레븐이 자신의 초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격리 탱크부터 풀장에 장면으로서 오마쥬가 들어가있다. 이런 식의 육체와 정신 간의 분열, 격리탱크 설정은 <매트릭스>(1999)부터 <서브스턴스>(2024)로까지 이어졌다. 또 <악마와의 인터뷰>(2023)에서도 죽은 아내를 마주하는 장면 또한 아버지 트라우마 환영 장면과 유사한 비주얼로 연출되었다.



90년대를 지나 잠시 사그라 들었다가 <쏘우>, <콜렉터> 시리즈를 통해 하드고어 고문 영화로 다시 기색을 보였던 바디 호러 장르는 지금 2020년대 맞으면서 다시 부활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새로운 죽음의 공포와 SNS를 통한 자기 이미지 꾸미기의 정·부작용 사건사고로 다시 육체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상태 개조>를 비롯한 80년대 영화들에서 주류이자 기득권인 남성 주체가 그 젠더성의 무의미함을 겪다 자멸하는 서사에서, <서브스턴스>부터 <어글리 시스터>까지에서 여성의 미모를 강조하고 상품화하는 가부장제 속 여성들의 딜레마로서 성별이 옮겨지고 초현실적 세계관보다 더 현실로 옮겨졌을 뿐. 그러나 이들 역시 실재하는 육체+삶에 대한 고민, 그를 거스르며 얻는 쾌락 끝의 파멸은 80년대의 고전들로부터 분명 이어져 오고 있는 장르만의 문법이다.
그러나 극 중 공포가 현실인지 환상인지 근간을 모호하게 만드는 고전들에 비해 최근 영화들이 그 근원을 명확히 보이고, (호러부터 장르를 불문하고)영화적인 매력보다는 사회적 메시지를 무조건적으로 강조하는 연출이 주되고 있는 아쉬움은 지울 수가 없다(더 심각하게는 그 주제를 주인공 입을 통해 직설적으로 관객에게 웅변한다.). 물론 공포 영화가 현실의 문제를 지적하는 장르임은 당연하나, 그에 앞서 설명하기보다는 흥미롭게 체험해 주고 관객 스스로 맞추게 하는 은유의 방식이 말보다 더 피부에 와닿게 할 수 있다. 그 점이야 말로 라디오나 책과 다른 시청각적 매체로서 영화만의 매력일 것이다. 이전부터 바디 호러 장르를 좋아했고, 새로운 여성 중심의 바디 호러를 환영하는 입장에서 주장보단 상상력을 더 보여주는 바디 호러가 나오기를 기대해 보며 지금도 이를 만들고 있는 젊은 감독들에게 그 기대를 걸어 본다.

R.I.P
Henry Kenneth “Ken” Alfred Russell
(1927 ~2011)

R.I.P
Richard “Dick” Emerson Smit
(1922 ~ 2014)

R.I.P
William McChord Hurt
(1950 ~ 2022)

사진 출처:
Alternative Movie Posters: Altered States Archives - Home of the Alternative Movie Poster –AMP-( https://alternativemovieposters.com/portfolio_tags/altered-states/ )
Altered States 8"x9.5" B&W Promo Still Ken Russell Blair Brown William Hurt FN(ⒸWarner Bros.)
Yahoo Entertainment News: DEADLINE: R.I.P. Movie Makeup Icon Dick Smith(by THE DEADLINE TEAM, 2014.08.01.)( https://www.yahoo.com/entertainment/r-p-movie-makeup-icon-dick-smith-154905818.html )
Ain’t it Cool News: Rest In Peace Makeup Legend Dick Smith(by quint, 2014.07.31)( https://legacy.aintitcool.com/node/68225 )
gettyimages: Ken Russell At The BBC(Image retrieved from The Guardian)
영화 <The Devils>(ⒸRusso Productions 1971)
영화 <Mahler>(ⒸVisual Programme Systems, Goodtimes Enterprises 1974)
영화 <The Lair of the White Worm>(ⒸWhite Lair 1988)
영화 <アキラ>(ⒸTMSエンタテインメント 1988)
Netflix 시리즈 [Stranger Things] S1E7(Ⓒ21 Laps Entertainment, Monkey Massacre, Netflix, Upside Down Pictures 2016)
영화 <The Substance>(ⒸWorking Title Films, A Good Story 2024)
영화 <Late Night with the Devil>(ⒸFuture Pictures, IFC Films, Shudder, Imagenation Abu Dhabi FZ, Spooky Pictures 2023)
TV 시리즈 [South Park] s10e7(ⒸComedy Partners, Paramount 2006)
IMDB
The Guardian: Ken Russell: his film career was one colossal, chaotic rhapsody(by Peter Bradshaw, 2011.11.28)( https://www.theguardian.com/film/2011/nov/28/ken-russell-appreciation-peter-bradshaw )
The Guardian: Obituary: Dick Smith obituary(by Ryan Gilbey, 2014.08.05)( https://www.theguardian.com/film/2014/aug/05/dick-smith )
USA TODAY: 'Too young to be saying goodbye': Mark Ruffalo, Stephen King, J.K. Simmons mourn William Hurt(by Rasha Ali, 2022.03.14.)( https://www.usatoday.com/story/entertainment/celebrities/2022/03/13/william-hurt-hollywood-mourns-oscar-winning-actors-death/7030402001/ )
영화 <Altered States>(ⒸWarner Bros. 1980)
자료 출처:
WIKIPEDIA
IMDB
WARNER BROS. ENTERTAINMENT WIKI: Altered States( https://warnerbros.fandom.com/wiki/Altered_States )
Youtube 영상 “How They Filmed the Unfilmable: The Production of Altered States (1980)”(from channel ‘Golden Flicker’)( https://www.youtube.com/watch?v=y3f6mXDVRMY&t=12s )
INTERIORS: Mutations & Megastructure: Japanese Metabolism in Akira(1988)(by Ellie Botoman)( https://www.intjournal.com/thinkpieces/mutations-and-megastructure )
Stranger Things WIKI: Influences & references( https://strangerthings.fandom.com/wiki/Influences_%26_references )
Altered states book Paddy Chayefsky( https://www.reddit.com/r/iwatchedanoldmovie/comments/1f3ovdo/altered_states_1980_where_the_mind_and_reality/?tl=ko )
씨네21: [추모] 그의 광기는 영감을 낳았도다(by 주성철, 2011.12.6.)( https://cine21.com/news/view/?mag_id=683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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