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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트클래식 리뷰/호러

<상태 개조>(1980) 1부

 

 

※경고!※
일부 움직이는 gif이미지들 가운데 번쩍번쩍 거리는 섬광효과가 있으니, 어지러움 주의 드립니다!;
또한 바디 호러라는 영화 장르상, 설명 보충을 위한 일부 공포스러운 스틸컷도 있음을 미리 알립니다!;
공포 이미지에 약하신 분들께 양해를 구합니다;

 
최근 <서브스턴스>를 필두로 <투게더>, <어글리 시스터>, <페이스 헌팅>, [더 뷰티] 시리즈까지 ‘바디 호러(body horror)’ 열풍이 다시 불고 있다. 바디 호러라는 장르는 이름 그대로 신체가 훼손되거나 더 이상 인간이 아닌 형태로 변하는 공포를 보여주는 장르다. 이는 현실의 암이나 노화를 상징해주며 실존적 위기심과 죽음에 대한 원초적 공포을 관객들에게 전해준다. 사실 바디 호러의 유행이 시작된 시기이자 그의 절정기는 1980년대였다. 베트남 패전과 에이즈라는 신종 전염병으로 미국은 죽음의 공포에 대한 고찰을 맞이했다. 이 배경에서 과학기술을 남용으로 인한 육체의 파괴(<비디오드롬>(1983), <플라이>(1986)), 외계생명체의 침투로 인한 신체 강탈 및 파괴(<우주생명체 블롭>(1988), <괴물>(1982)), [프랑켄슈타인] 서사를 차용한 기형 인간의 탄생(<좀비오>(1985), <바탈리언>(1985)), 그리고 비인간적인 신체 훼손(<헬레이저>(1987))을 다룬 영화들이 물밀듯이 등장했다.

80년대를 재배한 바디 호러 고전들!: (시계방향으로)<스캐너즈>, <괴물>(1982), <비디오드롬>, <좀비오>, <우주 생명체 블롭>, <헬레이저>, <플라이>, <바탈리언>

당대 언론과 평론가들이 던진 혐오감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이에 열광했고 그 결과 이 영화들은 시간이 흘러 클래식이 되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오직 골수 컬트 호러 팬들 사이에서만 언급되며 잊혀진, 숨겨진 바디 호러 영화 한 편이 있다. 그것은 바로 전설적인 컬트 감독 ‘켄 러셀(Ken Russell)’ 감독의 <상태 개조>다. 영화는 분명 바디 호러 장르이지만, 그 이전에 SF이자 사이키델릭 아트 영화, 캐릭터 드라마이자 인류학에 대한 에세이로서까지 다방면적인 면모가 눈에 들어오는 작품이다. 영화에 대한 설명하기 전, 우리나라에서는 낯설을 켄 러셀 감독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보겠다. 영화사(史)에 있어서 켄 러셀이라는 이름만큼이나 크게 논쟁어린 감독은 없었다고 것이 평론가들의 일관적인 평가다.

진정한 컬트의 제왕 '켄 러셀(Ken Russell)' 감독

그의 영화들은 미술감독 출신답게 색채, 세트 디자인, 촬영 스타일, 분장 심지어 시각효과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눈에 아플 정도로 과장되어 있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과장되있고 그렇게 그려진 캐릭터들은 기행을 일삼아 한 무리의 정신병 집단처럼 보인다. 이는 귀족부터 하층민, 지식인 엘리트부터 사회적 소수자에게까지 어느 누구도 예외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일생동안 그에 대한 평가는 극히 호불호를 갈랐다. 러셀 감독이 세상을 떠났을 때 추모기사를 쓴 평론가 ‘토드 매카시’는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에 이르기까지 세계영화계의 대표적인 문화적 반란과 불경함의 대명사였다”라고 평가하였던 반면 ‘폴린 카엘’은 “갑상선기능항진증의 캠프(기형인쇼(freak show)를 돌려말한 속어) 서커스 단장”이라고 혹평했다. 미국의 유명 평론가 콤비였던 ‘로저 이버트’와 ‘진 시스켈’ 마저도 한쪽은 혐오감을 보인 반면 다른 쪽은 그 대담함에 격찬을 표하며 서로 갈릴 정도였다.

눈 아플정도로 휘양찬란하고 기괴한 켄 러셀의 영화세계!!!: (시계방향으로)<보이 프렌드>, <악령들>, <리즈>, <토미>, <백사의 전설>, <고딕>

영화감독이 되기 전 러셀 감독은 해군에 복무하면서 태평양을 횡단하는 항해 중 불타는 태양 아래서 몇 시간 동안 계속 정찰을 하였던 경험에 의해 신경쇠약을 얻어 제대하였다. 이 때의 고통은 이후 만드는 그만의 영화세계의 씨앗이 되었다. 이후 댄서, 연극배우, 사진작가를 거쳐 BBC 방송국의 미술감독으로 11년 동안 근무한다. 이 시기부터 비주얼에 강렬한 시각을 가진 그는 <French Dressing>(1964)으로 영화감독 데뷔를 한다. 1969년 ([채털리 부인의 연인]으로 유명한)‘D.H 로렌스’의 소설을 영화화한 <우먼 인 러브>는 그의 필모 사상 가장 성공한 영화 중 하나가 되며 아카데미 후보에도 올랐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부터 그는 남성과 여성의 전신 누드부터 동성애를 연상시키는 두 나체 남성들의 싸움 장면을 과감하게 보여주는 “반항기”를 보였다.

<보이 프렌드>(1971)을 연출할 당시 러셀 감독과 주연배우 '트위기'
오랜 BBC 미술감독 및 TV물 연출 공로를 인정받아 1969년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BAFTA)에서 텔레비전 연출 공로상을 수상받는 러셀 감독

이후 몇 차례의 같은 정극 멜로와 뮤지컬 영화들을 찍어 나가던 러셀은 1971년 그의 이름을 세상에 알리게 하는 영화 <악령들>을 발표한다. 17세기 프랑스 루됭(Loudun) 지역에서 발생한 수녀 집단 광기 및 학살 사건이라는 그 자체로 충격적인 실화를 과감한 폭력 및 난교 묘사, 신성모독적인 연출로 가득 채워 더 충격적이게 그린 이 영화를 통해 러셀 감독은 자신만의 세계관을 본격적으로 선포한다. 본국 영국에서는 물론이요 미국에서조차 상영금지되고, 여러 버전으로 재편집되고, 의도한 장면들이 통편집되 한 동안 복구가 안됐던 수난에도 불구하고 영화와 러셀은 그 악명으로 명성을 얻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헐리우드의 부름을 받게 된다. 그렇게 유명 극작가 ‘패디 차예프스키’의 극본을 원작으로 한 <상태 개조>의 연출을 ‘워너 브라더스’(이하 ‘워너’)로부터 제안받아 연출하기에 이른다.

주인공 '에드워드 제섭' 박사. 그를 연기한 '윌리엄 허트'

주인공 과학자 ‘에드워드 제섭’는 어릴시절 아버지가 암으로 천천히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모습을 본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그래서 동료 ‘아더’와 함께 인간의 육체부터 정신까지의 기원을 찾는 일명 ‘감각차단 실험’에 몰두하고 있다. 그래서 신체사이즈만 한 물탱크 안에 자기 몸을 담가 부력에만 의지해 중력을 포함한 모든 외부 자극으로부터 차단한 뒤 명상에 잠기며 체내 및 환각 반응을 확인하는 실험을 거듭해나가는 방식이다. 과학자들이 모이는 파티 자리, 에드워드는 인류학자 ‘에밀리’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바로 연인 사이가 된 둘. 서로 사랑을 나누는 중에서도 에드워드는 자신의 트라우마가 떠올라 이부터 실험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인류애가 강한 에밀리는 그런 그를 이해하나 자신을 실험대상으로까지 삼으며 위험을 무릅쓰는 그를 안쓰럽게 바라본다.
 
몇 번의 장시간의실험을 거치자 에드워드는 일련의 환영과 자극을 느낀다. 어린 시절 아버지에 대한 추억과 악몽, 괴물같이 사악하게 돌변한 종교적 이미지를 접하며 격렬한 체내 반응을 일으킨다. 이에서 감을 얻은 에드워드는 확실한 감각 확장 경험을 위해 아메리카 원주민 주술사 커뮤니티를 찾아간다. 이들이 의식에 사용하는 버섯으로 만든 환각제를 마시면 감각이 보다 확장되어 눈으로 보지 못하고 귀로 듣지 못하는 세계를 느낀다는 이론 때문이었다. 원주민 의식에 참여한 에드워드는 무당이 만들어 준 환각제를 마신다. 목으로 넘어가는 순간부터 다시 종교적 이미지들을 마주한다. 그러나 그에서 멈추지 않고 에밀리에 대한 행복, 원자 폭탄, 뱀으로 변하는 에밀리의 키스, 눈앞의 거대한 도마뱀이 나신의 에밀리로 변하더니 한 줌의 모랫 바람으로 사라지는 환영들과 마주한다. 정신을 차리니 자신이 환영에서 본 큰 도마뱀을 산 채로 잡아먹었다는 사실에 기겁하며 실망만 하고 만 에드워드.

본작을 논쟁의 대상으로 만든, 에드워드가 보는 환영...; 러셀 감독의 주특기인 신성모독적 이미지들!!!
원주민의 환각제를 마시고 다시 마주하는 환영들. 또다시 펼쳐지는 러셀 감독의 영상 충격!

계속해서 자기 몸을 대상 삼아 실험을 거듭하는 에드워드를 걱정하는 에밀리는 자신과 함께 안전할 수 있도록 결혼을 청한다. 에드워드도 그를 받아들여 두 명의 자녀를 낳으며 8년의 결혼생활을 보낸다. 그러나 여전히 그는 실험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다. 그래서 과거 유사한 실험을 하였다 버려진 연구실을 사들여 새로운 실험을 이어나간다. 이 실험실을 선택한 이유는 기존 것보다 더 큰 사이즈의 물탱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안에 다량의 환각성분의 약을 붓고 그 안에 들어가 외피부터 체내 반응까지를 체크하는 것이다. 그렇게 에드워드가 다시 자신을 대상 삼아 새로 실험을 시작하지만, 예상보다 큰 반응을 일으키더니 각혈을 하며 나오게 된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나 잠시 말을 못하는 실어증 상태가 되고 엑스레이 촬영 결과 두개골이 유인원과 비슷한 형태로 약간 변화되어 있는게 발견된다.

 

이윽고 그날 밤 에드워드는 자신의 몸이 고무처럼 부풀었다 줄었다 하는가 하면, 깨어있는 상태에서도 계속 환영들을 보는 현상을 겪는다. 이 모두가 자기 육체가 제대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증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 아더와 에밀리의 경고를 무시한 채 스스로 다시 물탱크 안에 스스로 몸을 담근다. 시간이 지나 연구소 안에 갑자기 낯선 짐승이 들어와 난동을 피우자 비상이 울린다. 이윽고 거대한 유인원같은 그림자를 발견한다. 빠른 속도와 쎈 체력으로 경비원을 쓰러뜨린 흡사 원시인 같은 괴물은 연구소를 탈출, 인근 동물원으로 도망친다. 이곳에서 물을 마시고 영양 한 마리를 사냥하고서 잠이 든 유인원은 역시나 에드워드였다. 아침이 되자, 마치 늑대인간이 그렇듯, 밤 동안의 기억을 잃은 채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온 에드워드.

이런 사태까지 겪고 아이들을 생각하라는 에밀리의 절규어린 반대에도 불구하고, 에드워드는 이렇게 태초 모습으로 환원되는 증상이야말로 긍정적인 반응이라며 곧 우주의 근원까지 알나낼 수 있을거라며 자신한다. 그러면서 마치 중독된 듯 바로 다시 물탱크에 몸을 담그는 에드워드. 차마 그의 고집을 말리지 못한 에밀리는 실험실에 함께해 아더와 함께 그의 상태를 체크하며 중단한 기회를 엿본다. 모두가 걱정에 미치던 것도 잠시 물탱크가 폭발한다! 물탱크 안 물이 실험실 바닥을 휩쓸고, 에밀리는 위헙을 무릅쓰고 바닥 물이 스스로 소용돌이를 일으켜 만든 블랙홀과 같은 구멍 안으로 에드워드를 구하려 한다. 그 사이 쿨탱크 안 가시용(可視用) 카메라 모니터를 확인하는 아더. 에드워드 육체는 물리법칙을 무시하며 마치 종양과 같은 형태로 변해가는데......

영화는 장르적인 면에서 B급 SF 호러, 그중 [프랑켄슈타인]에서 기원된 광기어린 과학자가 금기된 실험을 하는 일명 ‘매드 사이언티스트(mad scientist)’ 장르의 관습을 따르는 듯 시작한다. 그러나 영화는 13분 만에 러셀 감독 특유의 사이키델릭 영상, 종교적 메타포를 펼쳐보이며 자기만의 본색을 드러낸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마치 마약 중독자의 황영과 같은 속도 빠른 편집, 순간순간 나타나는 난데없는 이미지들, 원색의 컬러, 전자음악과 오케스트라 음성을 섞어서 만든 기괴한 음악까지가 서사와 상관없이 폭탄처럼 터지며 관객들의 감각마저 공격한다. 보면서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영화를 만들었을까”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아니나 다를까, 러셀 감독도 환각 세계를 그대로 표현하고자 스스로 환각 버섯을 먹으면서까지 편집작업을 하였다고 훗날 고백하기까지 했다.
 

(2부로 이어집니다..)

 
 

사진 출처:

IMDB
The New York Times: Ken Russell, Director Fond of Provocation, Dies at 84(by Dennis Lim, 2011.11.28.)( https://www.nytimes.com/2011/11/29/arts/ken-russell-controversial-director-dies-at-84.html )
Controversial Film Director Ken Russell Dies At 84(by Neda Ulaby, 2011.11.28.)( https://www.wyso.org/2011-11-28/controversial-film-director-ken-russell-dies-at-84 )
영화 <Altered States>(ⒸWarner Bros. 1980)
자료 출처:
씨네21: [추모] 그의 광기는 영감을 낳았도다(by 주성철, 2011.12.6.)( https://cine21.com/news/view/?mag_id=68330 )
Taste of Cinema: 10 Great Movies that Roger Ebert Hated(by adam Gray, 2015.05.08.)( https://www.tasteofcinema.com/2015/10-great-movies-that-roger-ebert-hated/ )
WIKIP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