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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트클래식 리뷰/호러

<환상특급 극장판>(1983) & <크립쇼>(1982) 1부

 

이번 컬트클래식 리뷰는 특별히 동시상영을 가져 본다. 그러나 2편이 아니라 사실상 9편이나 된다. 이제 그 인기가 시들해졌지만,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여러 단편들을 모은 영화, 즉 ‘옴니버스 영화(Omnibus movie 혹은 Anthology movie)’가 국내외로 유행했었다. 이 최초로 이를 시도한 영화는 1932년 작 <그랜드호텔>이었고, 이후 70~90년대 장르영화 붐이 일면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특히 70~80년대 베트남 패배와 세대 갈등의 불안 속에서 호러 열기가 불며 공포 옴니버스 영화들이 줄기차게 제작됐다. 오늘 소개할 두 작품이 이 시기에 만들어진 <환상특급 극장판>과 <크립쇼>이다. 이 영화가 아니었다면 <무서운 이야기>, <VHS: 죽음을 보는 비디오>, <죽음의 ABC> 등 같은 컨셉의 최근 영화들은 물론이요, <그렘린>, <프라이트너>, <황혼에서 새벽까지>, <꼬마돼지 베이브>, <스몰 솔져>, <매드 맥스4 : 분노의 도로>, <겟아웃>, <어스>, <퓨리오사: 매드 맥스 사가>, 그리고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와 [블랙 미러] 또한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그 중 <환상특급 극장판>부터 이야기하자면, 매우 긴 이야기가 될 것 같다. 영화 자체도 흥미롭지만 정작 영화 뒷이야기가 문제이기 때문이다.

<환상특급> 시리즈의 창시자 '로드 설링’(Rod Serling)

[환상특급]이라는 이름은 중견 세대에게 익숙한 타이틀일 것이다. SF/환타지 장르의 기묘한 이야기들을 다룬 50~60년대 미국 TV 단막극 시리즈로,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도 반연된 유명 시리즈다. 이 시리즈의 창조자는 TV 및 라디오 작가 출신 ‘로드 설링’(Rod Serling)이었다. 설링은 태평양 전쟁에 참전한 전쟁 영웅이었으나, 그 과정에서 서로 다르다는 이유로 죽고 죽이는 광경을 목격하면서 인간 본성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고자 했다. 그러나 사회적 이슈를 직접 다루는 이야기는 냉전이었던 당시 철저히 배제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 문제를 피하고자 설링은 SF/판타지 장르로 변경고 59년 CBS 방송사에 제의하였다. 이어서 당대 인기 장르 작가들돠 유명 PD들을 섭외해가며 제작에 들어갔다. 그 결과 당대 흔치않은 10%라는 기록적인 시청률, 5년 간의 장기 방영으로서 최고의 TV 시리즈가 탄생되었다. 성공에 힘입어 설링은 극장용 영화제작에도 관심갖고 워너 브라더스사와 접촉하지만, 좌절만 되던 끝에 75년 사망하였다.

 

워너 브라더스사 내부에서 잠들어 있던 [환상특급] 극장판 기획은 1982년 흥행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를 통해 깨어났다. 어릴 적부터 TV 시리즈의 열성팬이던 스필버그는 [환상특급] 영화제작 의뢰를 바로 수락하였다고, 각기 에피소드들을 공동연출할 동료들을 직접 섭외하기에 이른다. 그렇게 ‘존 랜디스’(<블루스 브라더스>(1980), <런던의 늑대인간>(1981)), ‘조 단테’(<하울링>(1981)), ‘조지 밀러’(<매드 맥스> 시리즈(1979~81))까지 촉망받는 젊은 감독들이 영화를 위해 뭉치게 되었다. 여기에 <E.T>(1982)부터 유명 영화들을 촬영한 ‘앨런 다비오’ 촬영감독, <오멘>(1976)으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한 음악감독 ‘제리 골드스미스’, 그리고 ‘댄 애크로이드’, ‘스캇맨 크로더스’, ‘캐슬리 퀸런’, ‘케빈 맥카시’, ‘버지스 매리디스’까지의 스타 배우들 역시 참여하였다. 유명 TV 시리즈를 원작으로 스타 감독, 배우들이 참여한 이 프로젝트는 흥행할 것을 기대받았으나, 영화는 결국 끔찍한 운명을 맞아야 했다.

<환상특급 극장판> 감독진: (좌에서 우로)존 랜디스, 스티븐 스필버그, 조 단테, 조지 밀러
감독들마다의 각기 개성의 4가지 에피소들-(시계방향으로 )"시간 밖으로(Time Out)", "깡통 차기(Kick the Can)", "좋은 인생(It’s a Good Life)", “2만 미터 상공의 악몽(Nightmare at 20,000 Feet)”

비극의 주인공은 존 랜디스 감독이 연출한 첫 번째 에피소드였다. 내용은 승진실패와 재정문제에 시달리는 비즈니스맨이 자신의 문제를 유색인종에게 탓하다가, 나치 독일부터 베트남 전쟁까지 시간여행을 하며 인종차별을 직접 체험하는 이야기다. 주인공은 TV 드라마 [전투(Combat!)]로 인기를 끌었던 대배우 ‘빅 모로’가 연기하였는데, 그의 팬이었던 스필버그가 직접 그를 캐스팅하였다고 한다. 마침 [전투] 종영 이후 침체기였던 모로 역시 자신을 찾아와 준 스필버그에게 감사하며 흔쾌히 수락해주었다. 에피소드의 모든 촬영이 순조롭게 마무리됐음에도 스필버그는 랜디스에게 엔딩의 일부를 수정하였다며 재촬영을 종용하였다. 이 엔딩은 베트남 전투 한 가운데로 날아간 주인공이 미군에게 학살당할 뻔한 베트남 아이들을 구해주면서 개과천선해 현대로 돌아오는 결말이었다.

비운의 대배우 '빅 모로(Vic Morrow)'

전투신이라는 큰 규모의 촬영을 다시 하면서 모두가 지쳐 있을 때였다. 랜디스 감독 역시 완벽주의를 추구하다보니 촬영시간이 지체되어 갔다. 또 공중에는 미군 헬기가 소품으로 비행하고 있었다. 모로가 두 아역을 양팔에 끼고 연기를 하던 그 순간, 폭파 효과에 헬기가 중심을 잃고 그들 머리 위로 추락하였다. 모로와 아역배우들은 그 자리에서 즉사하고 말았다. 주연부터 아역까지 촬영 중 사망한 사건은 전대미문이었기에, 이는 전국적인 주목을 받게 된다. 또 조사 결과 아역배우들이 헐리우드 노동시간 규제를 피하고자 비공개적으로 캐스팅되었고 촬영시간 규정도 초과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랜디스 감독과 그의 제작진은 10년에 걸친 법정 공방을 맞았으며, 끝내 과실치사 선고를 받지만 유가족들에게 2백만 달러씩 배상하는 판결 정도로 끝났다. 그러나 사실 랜디스 입장에서도 억울한 면은 있었다. 촬영이 모두 끝났음에도 스필버그가 재촬영을 종용했던데다 사고 후 프로듀서인 자기는 혼자 혐의에서 빠져나가 죽은 모로가 꿈에 나타날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는 인터뷰를 마치 홍보처럼 하고 다녀 마음 상했다고 한다.

헬기 추락 후 사고 현장 검증 사진
재판을 받는 존 랜디스 감독과 제작진
빅 모로의 장례식. 장레식에 참석한 존 랜디스 감독(왼쪽 두 번째로 서있는 수염과 머리를 기른)

자연스레 이 사건은 흥행에 치명타가 되어 돌아왔다. 사람들도 영화 자체를 평가하기보단 재판에 관련된 가십성 뉴스들에 집중하며 비난만 퍼부었다. 그러나 그 여파는 끝나지 않고 두 번째 에피소드에까지 미쳤다. 이번 편은 양로원에 찾아온 신비로운 노신사가 노인들을 하룻밤 동안 아이들로 되돌려주는 동화같은 이야기다. 기괴함과 인간성에 대한 풍자로로 대표되던 원작과 전혀 분위기가 다른 지루한 에피소드가 되어 버렸는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를 직접 연출한 스필버그는 사고로 존경하는 배우부터 아이들까지 희생된 데 죄책감에 시달려 다시는 아역을 상대로 위험한 촬영을 하지 않기로 결심하였단다. 그래서 원래 기획한 외계인 침공 이야기를 포기하고 자신에게 평온을 주는 이 이야기를 새로이 만든 것이다. 첫 번째 에피소드와 함께 이 지루한 에피소드 역시 영화가 흥행 실패하는 데에도 일조해주게 되었다.

다행히 이 둘을 참고 넘어가면 영화의 본성다운 최고 에피소드들이 이어진다. 조 단테가 연출한 세 번째 에피소드는 원하는 대로 이뤄내는 초능력을 가진 소년의 이야기를 다뤘다. 원작 TV 시리즈에서도 최고의 에피소드로 손꼽히는 플롯을 기반으로 한 이번 에피소드는 순수한 아이라도 초능력으로서 무한권력을 가지면 얼마나 공포스울 수 있는지 보여주며 타락과 독재에 대한 경고를 그렸다. 특히 영화는 이 주제를 강조하기 위해 소년이 즐겨보는 TV 만화를 상징적으로 다룬다. 소년은 항상 웃긴 만화 속에서는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며 매일 같은 만화만 반복해 볼 뿐만 아니라 식구들에게 역시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며 강제로 만화를 같이 보도록 이끈다. 그러다 그들이 반항하거나 맘에 들지 않으면 만화같은 방법으로 응징하거나 죽인다. 급기야 소년은 만화 속 괴물을 TV 밖 현실로 끌어들인다. 자기만의 행복에 빠진 소년의 순수한 웃음과 클래식한 만화적 음향효과, 괴물의 익살스런 디자인에도 불구하고 분위기는 오히려 공포스럽기만 하다. 여기서 주인공 아이는 더 이상 순수하지 않다.

TV를 뚫고 온 만화 속 괴물!! 그 만화스러움을 바로 표현한 놀라운 특수효과!!!

마지막 조지 밀러의 에피소드는 비행공포증이 있는 남자가 자신이 탄 비행기 엔진을 부수는 괴물을 목격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렸다. 비행기라는 공중에 뜬 갇힌 공간에서 누구도 믿어주지 않는 위기 상황 속의 서스펜스가 일품이다. 여기서의 불쌍한 주인공 역에는 <클리프행어>(1993), <인터스텔라>(2014), 그리고 최근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2019), <콘클라베>(2024)에서 개성 강한 연기를 보여준 ‘존 리스고우’가 열연했다. 악역으로 익숙한 그의 강한 이목구비는 비행공포증을 공감하기 충분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러나 이번 에피소드의 하이라이트는 당연 괴물이다. 원작에서는 고릴라같은 우스꽝스런 분장 정도였던 괴물은 본작에서 로봇으로 실감나게 만든 긴 머리털이 달린 징그러운 도마뱀 인간으로 변신했다. 앞 에피소드의 만화 괴물과 함께 이 괴물의 디자인은 ‘롭 보틴’의 솜씨이다. 전년도 공포 명작 <괴물>(The Thing)에서 충격적인 특수분장을 선보였던 그는 이후 <로보캅>(1987), <토탈 리콜>(1990), <미션 임파서블>(1996)에서도 그 솜씨를 보여주었다. 여기에 <매드 맥스> 시리즈 감독답게 무시무시한 속도감이 눈 뗄 수 없게 만든다!

주인공부터 관객에게까지 갑툭튀를 시전하는 도마뱀 인간 괴물!!! 원작에서는 '그렘린(gremlin)'이라 불렸단다;
본작의 일등공신인 '롭 보틴(Rob Bottin)' 특수분장효과 감독. 그를 유명하게 만들어준 <괴물>에서의 괴생물체 모형과 함께..

 

(2부에서 계속됩니다...)

 

 

사진 출처 :

IMBD

‘10 Things Fans Didn’t Know About the Original Twilight Zone’(by David Chiodaroli) from “SCREEN RANT”( https://screenrant.com/didnt-know-original-twilight-zone/ )

'5 filming accidents that rocked, helped shape the industry(11.21.2016)' from 'AP News' ( https://apnews.com/b94da04a28894bb2bbdb3356b6887170/5-filming-accidents-that-rocked,-helped-shape-the-industry )

shutterstock( https://www.shutterstock.com/ko/ )

CALISPHERE-‘Image / Funeral for Vic Morrow’( https://calisphere.org/item/a7eb8e68396f53208cff72de2aa4bfd7/ )

‘What Happened on July 23rd – Death Enters the Twilight Zone’(by Maryann Holloway) from “IF I ONLY HAD A TIME MACHINE”( https://mholloway63.wordpress.com/2014/07/23/what-happened-on-july-23rd-death-enters-the-twilight-zone/ )

REDDIT: Rob Bottin, the special effects wunderkind behind The Thing!( https://www.reddit.com/r/johncarpenter/comments/1hi8h9d/rob_bottin_the_special_effects_wunderkind_behind/?rdt=63301 )

영화 <Twilight Zone The Movie>(ⒸAmblin Entertainment & Warner Bros. 1983) 영상 캡쳐

자료 출처 :

'10 Things You Didn't Know About TwilightZoneMovie' from Youtube Channel 'Minty Comedic Arts'( https://www.youtube.com/watch?v=BwD6fDv4of0&list=FLm6_zUO0jNEkohriRbmGeTA&index=4&t=659s )

홈페이지 ‘SF & 환타지 도서관-장르 작가, 제작자 소개-로드 설링(Rod Serling), 미국의 각본가’( http://www.sflib.com/sf_today/13460 )

'나무위키-환상특급'( https://namu.wiki/w/%ED%99%98%EC%83%81%ED%8A%B9%EA%B8%89 )

‘나무위키-환상특급 헬기 추락사건’( https://namu.wiki/w/%ED%99%98%EC%83%81%ED%8A%B9%EA%B8%89%20%ED%97%AC%EA%B8%B0%EC%B6%94%EB%9D%BD%20%EC%82%AC%EA%B1%B4 )

‘The Twilight Zone Movie Accident | A Short Documentary | Fascinating Horror’ from Youtube Channel “Fascinating Horror”( https://www.youtube.com/watch?v=xZHjTqJSSak )

‘Wikipedia-Rod Serling'( https://en.wikipedia.org/wiki/Rod_Serl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