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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트클래식 리뷰/호러

<블랙 크리스마스>(1974) 2부

 

 

(...1부에서 이어집니다)

 

슬래셔의 기원을 마련해준 명작 호러영화들!: <싸이코>(1960), <저주의 카메라>(1960), <블러드 베이>(1971), <수정깃털의 새>(1970), <텍사스 전기톱 학살>(1974)

<블랙 크리스마스>는 스토리만으로 볼 때 단순해 보여도 단순한 공포물을 넘어 영화사적으로 큰 의의들을 남긴 영화다. 첫 번째로는 ‘영화사 최초의 슬래셔 영화’라는 점이다. ‘슬래셔’라는 장르는 잘 알려져 있듯이 가면을 쓰는 등 정체불명의 살인마가 주로 젊은 층의 희생자들을 난도질(slash)하며 죽여나가는 공포영화의 하위 장르를 뜻한다. 물론 사실상 슬래셔 기본이 된 영화들이 이전에 없었던 건 아니다. 같은 해 가면을 쓰고 황무지에서 10대들을 살해하는 <텍사스 전기톱 학살>이 먼저 선보여졌고, 그 전에도 ‘마리오 바바’, ‘다리오 아르젠토’ 등 이탈리아 호러 거장들에 의해 만들어진 일명 ‘지알로(giallo)’ 영화들도 있었다. 심지어 더 거슬러 올라가면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의 <싸이코>(1960)가 그 초석을 마련해 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많은 영화팬들이 <블랙 크리스마스>를 최초의 슬래셔로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이 기본 요소(정체없는 살인마, 살해되는 10대들, 잔혹성이 과장된 살해 장면)들에다가 새롭게 ‘살인마의 시점샷(Poin of View, POV)’이 추가되었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물론 이 또한 1960년 <저주의 카메라>에서 촬영기사인 살인범이 카메라로 희생자들의 죽는 순간을 포착하는 뷰파인더 샷으로 먼저 표현됐었다. 그러나 여기선 카메라라는 도구가 그 눈을 대신해 줬던 것과 달리, <블랙 크리스마스>에서는 마치 살인마의 눈으로 영화가 전개되듯 그의 1인칭 시점샷 영상이 자주 등장한다. 실제로 이 영화로부터 4년 뒤 개봉되 슬래셔의 고전으로 추앙받는 <할로윈>(1978)도 보면, <블랙 크리스마스>와 똑깉이 긴 롱테이크의 시점샷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살인마 역시 절반까지 클로즈업으로 잡히지 않아 그 정체가 미스터리 속에 숨는다. 똑같이 <할로윈>의 성공으로 만들어진 <13일의 금요일>(1980)에서도 같은 연출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처럼 비록 <블랙 크리스마스>가 슬래셔 장르를 창조해 내었다 부르기 어려워도,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장르의 기본 요소들을 집대성하고 이후 대표작들에 영향을 주었다는 점에서 분명 ‘최초의 슬래셔 영화’가 맞을 것이다.

<블랙 크리스마스> 오프닝 POV 샷
<할로윈>(1978) 오프닝 POV 샷(시간상 2.5배속)
<13일의 금요일>(1980) POV 샷

<블랙 크리스마스>의 두 번째 의의는 캐나다 호러 붐의 시작이 되어 준 점이다. 영화가 자국 캐나다 내에서 크게 성공하자, 제작자들은 적은 제작비로도 쉽게 흥행할 수 있는 호러 장르, 슬래셔 장르의 가능성을 깨닫고 그의 제작 몰이에 집중한다. 여기에 당시 캐나다 정부도 자국 영화산업의 진흥을 위하여 ‘캐나다 영화개발협회(Canadian Film Development Corporation, CFDC)’를 설립, 세금감면과 함께 독립영화 제작지원 정책을 마련하면서 호러 제작 열풍에 불을 붙여 주었다. 그 결과 <피의 발렌타인>(1981), <게이트>(1987), <폭력교실 1984>(1982) 그리고 <큐브>(1997)까지 걸작 캐나다 호러영화들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거장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도 이 배경 속에서 초기 단편들부터 시작해 장편 <쉬버스>(1975), <열외인간>(1977), <스캐너스>(1981)까지를 만들어 성공하면서, 최근의 <맵 투 더 스타>, <미래의 범죄들>로까지로 거장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그 외의 영향력이 있다면 밥 클락 감독도 영화의 성공 이후 똑같이 크리스마스 영화의 고전이 된 <크리스마스 스토리>(1983)를 비롯해 <포키스>(1981), <위트와 슬라이>(1999)와 같은 유명 코미디 영화들을 만들어 나갈 수 있게 되었다. 훗날 코미디로 유명해진 감독이 초창기에 슬래셔의 정석을 세웠다는 점을 생각하면 쇼킹하다기 그지 없을 것이다;^^

<블랙 크리스마스>의 성공으로 탄생할 수 있었던 캐나다 호러영화 대표작들~! : <쉬버스>(1975), <첸저링>(1980), <피의 발렌타인>(1981), <핀>(1988), <스캐너즈>(1981), <게이트>(1987), <큐브>(1997), <폰티풀>(2009)
<블랙 크리스마스> 이후 밥 클락 감독의 대표작들^^;ㅎ : <크리스마스 스토리>(1983), <포키스>(1981), <표적없는 총성>(1990), <위트와 슬라이>(1999)

그리고 그 명성의 따라 본작은 2006년와 2019년에 두 번에 걸쳐 리메이크되었다. 그러나 역시 둘 모두 원작에 못 미친다는 평만 받고 흥행에 실패한다. 그 중 06년도 버전의 경우는 억울한 비화가 있다. 감독 ‘글렌 모건’은 원작을 존중해 충실한 리메이크를 기획하였으나,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은 <쏘우>, <호스텔>의 인기 따라 고어와 액션을 추가하라고 강요하였다. 그 압박(혹은 협박)에 이기지 못한 모건 감독은 하는 수 없이 자극적인 장면들을 추가했지만, 그럼에도 이상하게 와인스타인은 만족하지 않았다. 결국 그는 감독의 동의없이 마음대로 재편집하고 나서야 영화를 개봉시켰다. 재편집으로 감독의 의도가 완전히 사라졌을 뿐 아니라 스토리도 엉성해지며 자극만 남은 채 개봉되었으니 망작이 되는 결과는 당연하였다. 다행히 감독판이 DVD로 출시되면서 잠깐이나마 재주목받을 수 있었다. 이를 비롯해 와인스타인이 여러 제작에서 벌인 횡포부터 세계를 쇼킹하게 만든 성범죄 "미투" 고발 이후 할리우드에서는 새 바람이 불었다. 그 바람은 2019년도 리메이크에도 영향을 미쳤다. 여성 감독 ‘소피아 타칼’ 감독이 연출을 맡은 리메이크에서는 주인공 여대생들이 그저 희생양이 아니라 맞서 싸우는 전사들로, 살인마도 더 이상 정신병자가 아니라 보수적인 남학생클럽으로 설정해 페미니즘 주제의식으로 강조하는 식 재해석하였다. 그 결과 주제의식만 남고 서스펜스가 없어지며 좋은 평가를 받아내는 데도 실패한다.

2006년도(좌)와 2019년도(우) <블랙 크리스마스> 리메이크

두 편의 리메이크 모두 상업주의적 또는 새로운 급변화라는 시대별에 따라 억지로 맞추려다 보니 원작 특유의 매력이 증발되버린 결과라 볼 수 있다. 시대가 수 차례 변해왔음에도 불구하고, 74년도 오리지날 <블랙 크리스마스>의 섬뜩한 매력은 지금도 빛난다. 슬래셔 장르의 시초로 평가받는 만큼 그 기본 요소들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히 맞춰져 있고, 지금의 같은 장르 영화들과는 달리 과도한 잔혹 장면 없이 무거운 분위기와 블랙유머만으로 공포감을 연출한다. 심지어 극중 여성 캐릭터들도 (19년도 리메이크가 의식한 것처럼)겉으로 봤을 때는 희생자에 불과해 보이겠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만큼 여성이 가지는 공포와 욕망을 직접적으로 잘 그려내고 있는 셈이다. 그렇기에 그들이 보다 입체적으로 다가오며 동정심과 긴장감을 함께 느낄 수 있었을 거다. 더도 말고 덜도 않는 고전의 매력이란 이런 매력인 셈이다. 크리스마스엔 모든 과욕을 버리고 주변에게 마음을 나누며 보람 있게 보내야 하지 않을까. 공포의 고전이라 불리는 이 영화를 보고 나면 그 ‘교훈’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ㅋㅋㅎㅎ

 

 

(여담1-공교롭게도 영화의 배우들이 극중 연기한 인물들과 같은 삶을 겪었거나 맞이하게 되었다. 주인공 ‘제시카’는 피터의 아이를 원치 않게 임시해 아이를 지우고자 한다. 제시카를 연기한 스타 배우 ‘올리비아 허시’는 영화 이전인 1969년 조현병을 앓던 전 남자친구이자 배우 ‘크리스토퍼 존스’에게 겁탈을 당하여 임신해 결국 낙태 수술을 받아야 했다. 극중 인물 ‘바브’는 알콜중독에 정서불안에 시달리는 성격으로 나온다. 바브를 연기한 (<슈퍼맨>(1979)의 연인 ‘로이스 레인’역으로 유명한)배우 ‘마곳 키더’도 말년 조울증과 알콜 및 약물 중독에 시달려 배우계를 은퇴한 뒤 투병 끝에 2018년 사망했다.)

 

(여담2-밥 클락 감독은 2006년도 리메이크에서도 프로듀서를 맡아 모건 감독을 도와 작업하였다고 한다. 리메이크 흥행 실패한 뒤, 클락 감독은 원작의 직속 후속편을 만들기로 선언하였으나, 얼마 뒤 음주운전 차량과 충돌하여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R.I.P

Benjamin Robert 'Bob' Clark

(1939~2007)

 

 

사진출처 :

<Black Christmas>(1974) Collector’s Edition Blu-Ray(2016) Cover Art( https://www.amazon.com/Black-Christmas-Olivia-Hussey/dp/B01MSXEEFG )

영화 <Black Christmas>(ⓒFilm Funding Ltd. of Canada, 1974) 영상캡쳐

영화 <Halloween>(ⓒFalcon International Pictures, 1978) 영상캡쳐

영화 <Friday the 13th>(ⓒParamount Pictures, Georgetown Productions Inc., Sean S. Cunningham Films, 1980) 영상캡쳐

IMDB

Bob Clark-Movies, Bio and Lists on MUBI( https://mubi.com/cast/bob-clark )

Merry christmas royalty free vector image, VectorStock( https://www.vectorstock.com/royalty-free-vector/merry-christmas-vector-17647495 )

Angels With Even Filthier Souls Merry Christmas Ya Filthy Animal GIF, tenor( https://tenor.com/view/angels-with-even-filthier-souls-merry-christmas-ya-filthy-animal-tommy-gun-home-alone2-gangster-gif-19704753 )

자료출처 :

Video “Black Christmas (1974) Review | Cinemassacre”, Youtube Channel “VHSDemos”( https://www.youtube.com/watch?v=bTe-DYpQMRg&t=732s )

Video “10 Things You Didn't Know About BlackChristmas”, Youtube Channel “Minty Comedic Art”( https://www.youtube.com/watch?v=mLsGc-qPv1I )

Video “Exploring Black Christmas(2006)”, Youtube Channel “GoodBadFlicks”( https://www.youtube.com/watch?v=Kg-heur9y0E&t=460s )

Video “100 Scariest Movie Moments - Black Christmas”, Youtube Channel “ayye koston”

( https://www.youtube.com/watch?v=7Ef6eafqfZ8&list=PL73B46EE0BB073B2D&index=14 )

도서 [김시광의 공포영화관], 김시광 지음, 청어람장서가, 2009

“올리비아 핫세, 그녀의 굴곡진 삶”, 티스토리 블로그 “tatakiuri”, 2020.11.15( https://issuepatch.tistory.com/entry/%EC%98%AC%EB%A6%AC%EB%B9%84%EC%95%84-%ED%95%AB%EC%84%B8-%EA%B7%B8%EB%85%80%EC%9D%98-%EA%B5%B4%EA%B3%A1%EC%A7%84-%EC%82%B6 )

나무위키: 슈퍼맨의 저주( https://namu.wiki/w/%EC%8A%88%ED%8D%BC%EB%A7%A8%EC%9D%98%20%EC%A0%80%EC%A3%BC#s-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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