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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트클래식 리뷰/슈퍼히어로

<슈퍼걸>(1984) 2부

 

(..1부에서 이어집니다)

 

학교에 입학한 린다-슈퍼걸은 기숙사에서 ‘루시 레인’이라는 학생과 같은 방을 쓰게 된다. 마침 루시는 슈퍼맨의 연인인 ‘로이스 레인’의 사촌이었고, 린다도 자신의 사촌 슈퍼맨의 또다른 자아이자 로이스의 동료 ‘클락 켄트’의 사촌이라 소개하며 둘은 친해진다. 린다는 학교에서 생활하며 오메가 헤드론의 신호를 찾아 헤매면서도, 루시부터 약한 학생들을 괴롭히는 일진 학생들을 초능력으로 골려주고 위기에 빠진 학생들을 남모르게 구해준다. 한편 셀레나는 눈독들이던 잘 생긴 잡역부 ‘에단’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사랑의 약물을 만들어 에단에게 몰래 먹인다.

 

약물에 잠이 든 에단이 깨어날 때 자신을 얼굴을 처음으로 보여주면 영원한 사랑에 빠진다는 주문에 따라 기다리던 셀레나가 한눈을 판 사이 에단은 잠에서 깨어나 도시로 나간다. 천리안으로 에단을 찾은 셀레나는 오메가 헤드론에서 얻은 파워로 굴착기를 조종해 에단을 다시 끌어들이려 하지만 그 파워는 자기 힘으로 통제가 불가능한 힘이었다. 결국 굴착기가 멋대로 도시를 휘젖자 근처에서 루시와 식사하던 린다는 슈퍼걸로 변신, 굴착기를 멈추고 에단을 구해낸다. 그리고 역시나 에단은 약에서 깬 뒤로 처음 본 슈퍼걸에게 반하게 된다. 이 모든 광경을 지켜 본 셀레나는 에단을 되찾고 자신에게 위협적인 슈퍼걸을 견제할 새로운 게획을 세운다......

스토리만 읽어봐도 이야기가 다소 심플하면서 삐걱대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역시 상세한 분석 들어가겠다. 촬영 중에 예산 문제로 시나리오가 계속 변경되면서 일부 액션씬 및 스토리가 삭제되며 촬영을 축소화시켰다. 그 바람에 카라가 어떻게 지구에 도착하고, 어떻게 그 순간 어디서 의상까지 얻으며 슈퍼걸이 됐고, (아무리 유명한 사촌이라 할 지라도)슈퍼맨이 지구에서 활약하고 있단 사실 또한 언제부터 알고 있는지 설명없이 휙휙 전개된다. 이런 식으로 사전 예고나 정보 없이 전개되다보니 스토리가 허술하게 느껴지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여기에 중요한 목표인 오메가 헤드론을 찾아내야 하는 것도 급한데, 급작스런 셀레나, 슈퍼걸, 에단 사이 삼각관계 역시 사족처럼만 느껴진다.

 

또한 앞서 말했던대로, 슈퍼맨 1, 2편을 찍으며 특수효과 제작비에 부담을 느낀 워너는 그 제작비 역시 대폭 축켜시켰다. 그 결과 자랑거리인 하늘을 나는 장면들에서 합성티가 심히 나게 되었고, 뿐만 아니라 투시 장면, 눈에서 뿜는 레이저 또한 유치찬란하게 어색할 뿐이다. 가장 최악은 샐리나가 슈퍼걸과 맞서기 위해 불러들린 ‘어둠의 괴물’과 격투씬들! 예산 아끼려 괴물은 등장부터 보이지 않는 투명한 존재로 설정하고 슈퍼걸과 보이지 않는 맞대결을 펼치는 걸로 대략 표현한다. 끝내 클라이맥스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지만, 그가 두 앞발로 슈퍼걸을 잡아 당기며 고문하는 장면에선 헬렌 슬레이터의 영상을 좌우로 길게 늘려 합성하는 초간단 방식으로 표현되고 말았다; 그러니 클라이맥스임에도 자연스레 긴장감이 느껴질 수가 없게 됐다.

;너무나 어색한 슈퍼걸 비행장면'
최악이 된 괴물과의 마지막 결투;;; 지못미ㅠㅠ

ㅇㅋ 그럼에도 영화가 훌륭하게 만든 부분들은 있으니 살펴보도록 하겠다. 특히 캐스팅에 큰 노력이 들어간 만큼 웬만한 배우들의 연기는 훌륭하다. 특히 영화의 핵심인 주인공 슈퍼걸을 맡은 헬렌 슬레이터는 신인임에도 슈퍼영웅으로서 호감도 가고 용맹한 모습을 잘 연기했다. 당시까지 영화계에서 여성상은 소극적인 캐릭터로 머물러 있었는데, 그녀는 대놓고 그리 표현하지 않으며 여성히어로의 전범을 보여주었다. 같은 매력을 보여준 친구 루시 역의 모린 피티부터 잘타 역의 피터 오툴까지도 말이 필요없이 훌륭하다. 다만 악역 샐리나를 연기한 페이 더너웨이의 연기가 불안불안해 보이는데, 유원지에 살며 주술을 쓰는 마녀라는 황당에 설정에 연기까지도 과장되어 보인다. 그럼에도 역시 대배우 아니랄까. 전작들에서 보여준 무시무시한 카리스마를 슈퍼빌런으로서 충분히 보여주긴 한다.

빌런 '셀리나' 역을 살벌하게(?) 연기한 대배우 '페이 더너웨이'!

무엇보다 영화의 큰 자랑거리는 위대한 음악감독 ‘제리 골드스미스’의 웅장한 테마곡!! 아카데미상을 안겨준 <오멘>(1976)을 비롯해 <에이리언>(1979), <스타트렉>(1979), <그렘린>(1984), <이너스페이스>(1987), <뮬란>(1998), <미이라>(1999)까지 대작들에서 강렬한 음악을 만들어 온 그답게 이번 영화에서도 그 만의 우렁찬 테마곡을 들려주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전에 골드스미스는 <슈퍼맨>의 음악감독으로 맨 처음 고려되었지만 계약상 참여가 불가해 ‘존 윌리암스’에게 넘어갔다고 한다. 그 때의 아쉬움을 배경으로 다시 히어로 음악을 맡았기에, 본작의 아쉬운 퀄리티를 잊게 해줄 만큼, <슈퍼맨> 테마곡 못지 않게 훌륭한 영웅의 행진곡이 탄생할 수 있었을게다.

위대한 작곡가 '제리 골드스미스'(Jerry Goldsmith, 1929~2004). 60년대부터 왕성히 작곡활동을 해온 그는 음악계 뿐만 아니라 스티븐 스필버그, 리들리 스콧, 리차드 도너, 조 단테, 폴 버호벤, 울프강 피터젠 까지 거장들의 존경을 받던 작곡가였다.
골드스미스가 음악을 맡은 대표작들~~~ㅎㄷㄷ;;;

https://www.youtube.com/watch?v=toZRj2o1TQ0

제리 골드스미스의 <슈퍼걸> 테마곡 들으러가기~!!

그럼 이후에 모두 어떻게 되었을까? 슈와르크 감독은 <슈퍼걸>로 워너부터 DC와 불화를 겪은 후 <산타클로스>(1985), <셜록과 헤라클레스>(1996) 등 연출하고, 90년대부터는 TV 드라마 연출에 집중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스몰빌](2001~2011)을 통해 DC 유니버스로 귀환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헐리우드 안팎으로 활약하는 대배우 페이 더너웨이는 말할 것도 없다. 가장 놀라운 건 주인공 헬렌 슬레이터의 근황이다. <슈퍼걸>로 데뷔한 후 <레전드 오브 빌리 진>(1985)를 비롯해 영화 및 TV 출연을 계속하는 한편 더 나아가 싱어송라이터, 작가가 되 여러 편의 노래와 희곡, 심지어 슈퍼걸 그래픽 노블의 스토리 등을 써냈다. 심지어 고고학에도 관심을 가져 [Myths of Ancient Greece]라는 교육 서적을 출간하기도 했다. 물론 코믹콘에도 종종 참석해 슈퍼걸을 연기하였던 기억을 즐겁게 회상하며 인터뷰하고도 있다.

2005년도에 발표된 헬렌 슬레이터의 노래앨범 'CROSSWORD'
2016년 코믹콘에 참석한 '헬렌 슬레이터'

심지어 [스몰빌], [슈퍼걸] 시리즈에서는 뉴 슈퍼맨과 슈퍼걸의 어머니 역으로 출연해 후대 히어로 배우들의 멘토가 되어주기까 했으니, 현실에서도 진짜 슈퍼걸이 되어 돌아왔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게다. 하필 <슈퍼맨> 시리즈의 추락과 동반되는 바람에 참담한 과정을 맞았어도 <슈퍼걸>은 여성 슈퍼히어로 영화를 메이저로 전면에 내세우려 한 점에서 의미심장할 것이다. 지금은 <블랙 위도우>(2021), <원더우먼>(2017), 심지어 TV 시리즈 [제시카 존스], [미스 마블]까지 여성 슈퍼히어로 콘텐츠가 넘쳐나지만, 80년대까지만 해도 여성 슈퍼히어로는 마이너한 존재였다.

슈퍼맨 유니버스로 돌아온 '헬렌 슬레이터'!!: (좌)드라마 [스몰빌] 시즌7에서 슈퍼맨의 어머니 '라라' 역으로 출연, (우)드라마 [슈퍼걸] 시즌3에서 슈퍼걸의 지구인 어머니 '엘리자' 역으로 출연

 

<슈퍼걸> 이후, <원더우먼>(2017) 이전 실패한 여성 슈퍼히어로 코믹스 영화들 : '파멜라 앤더슨'의 <바브와이어>(1996), '할리 베리'의 <캣우먼>(2004), '제니퍼 가너'의 <엘렉트라>(2004)

물론 90년대 후반~2000년대 동안 여성히어로 영화화들이 있기는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만들어진 <캣우먼>(2004)부터 <엘렉트라>(2004)까지 작품들은 퀄리티부터 흥행에까지 처참한 실패를 맛보았다. 아마도 기존 남성 히어로 공식에 익숙해있던 참에 다른 성별, 다른 분위기의 히어로물을 급히 만드려다보니 제작자 입장에서나 받아들이는 대중 입장에서나 쉽지 않았을 것이다. 여기에 여성이라는 점에서 (똑같이 남성에게도 근육으로서 적용되는)육체적 섹시미를 강조하다보니 강한 이미지보다는 성적 대상으로 남용되어지고 하던 점도 피할 수 없는 문제일게다. 그러나 이를 단순히 성별 문제, 젠더 감수성의 문제로는 볼 수는 없다. <슈퍼맨>, <배트맨>도 그랬듯 코믹스의 영화화도 오랜 시간이 걸렸고 많은 실패들이 있었다. 70년대부터 시도되었지만, 2010년대가 돼서야 지금의 성공을 거둔 마블의 역사도 이를 증명한다.

 

또 그 대신 (코믹스 원작은 아니지만)<레지던트 이블>(2002~2016), <언더 월드>(2003~2016) 시리즈가 정통적인 히어로 서사와 여성적 매력을 알맞는 비율로 맞춰내 흥행을 이끌어가 모범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여기서부터 혹은 <슈퍼걸>의 실패에서부터 현재 여성히어로 콘텐츠의 대유행까지도 똑같이 먼 길을 걸어 온 셈이다. 결과가 어찌하였든 간에 첫 <슈퍼걸> 영화는 정의와 평화를 사랑하는 여성히어로의 전형으로서 그 호감을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다. 모두 슬레이터의 열정어린 연기와 슈와르크 감독의 친절한 연출 덕분이다. 이가 초석이 되었으니 인기있던 [슈퍼걸] TV 시리즈도 나오고, 포기 않고 지금의 여성 슈퍼히어로 프랜차이즈가 가능했던 것이다. 여기에 헬렌 슬레이터도 현실의 슈퍼걸이 되었으니, 누가 감히 슈퍼걸의 앞길을 막겠는가??

REMEMBER HER~!!!!

 

 

사진 자료 :

Pinterest : Supergirl Movie Posters

‘JERRY GOLDSMITH’ from “CINECONCERTS”( https://www.cineconcerts.com/composers/2018/11/27/jerry-goldsmith )

IMDB

Crossword 앨범커버(ⓒ2005 Landsleit Records, Ⓟ2005 Landsleit Music)

‘Wishing a happy birthday to the big screen's Supergirl, Helen Slater’ by ‘Superhero’ from “9GAG”

( https://9gag.com/gag/amgr12d )

MoviestillsDB : Smallville Episode 7x8 publicity still

TV 드라마 [Supergirl] 3X6 (ⓒBerlanti Productions, Warner Bros. Television 2015-2021) 영상 캡쳐TV 드라마 [Smaillville] 7X8 (ⓒBerlanti Productions, Warner Bros. Television 2007) 스틸

TV 드라마 [Supergirl] 3X6 (ⓒBerlanti Productions, Warner Bros. Television 2017) 스틸

영화 <Supergirl>(ⓒArtistry Limited, Warner Bros. 1984) 화면 캡쳐

자료 출처 :

Youtube video ‘10 Things You Didn't Know About SuperGirl (Movie)’ from “Minty Comedic Arts”( https://www.youtube.com/watch?v=2k3wsY52a1s&t=327s )

나무위키 : 슈퍼걸( https://namu.wiki/w/%EC%8A%88%ED%8D%BC%EA%B1%B8#s-2.1 )

Youtube video ‘Whatever Happened to Helen Slater - Star of "Supergirl" and "The Legend of Billie Jean"’ from “Dave Sundstrom”( https://www.youtube.com/watch?v=m2vof4JCu68&list=FLm6_zUO0jNEkohriRbmGeTA&index=72 )

Youtube video ‘Supergirl tv ~ Helen Slater Interview 1984 Supergirl & More’ from “Supergirl TV”( https://www.youtube.com/watch?v=nwolcf6L7CE&t=43s )

‘Helen Slater’s Myths of Ancient Greece’ from “GREEK REPORTER”( https://greekreporter.com/2013/09/12/helen-slaters-myths-of-ancient-greec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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