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에서 이어집니다)
ㅇㅋ 지금까지 소개한 스토리만 봐도 약 빨았다고 할만 하지만, 하나하나 분석에 들어가겠다. 애초 <하워드덕>은 여타 코믹스 영화와 마찬가지로 가족용 영화를 목적으로 기획되어졌다. 그러나 영화는 비벌리와의 러브씬(?)부터 해서, 초반 오리행성 씬 중에 갑툭튀하는 여성 오리 가슴(?!!)까지 아이들에게 너무나 부적절한 성적이며 어두운 블랙유머들이 난무하다. 그렇다고 성인들이 즐기기에도 그 유머들은 유치찬란하기 짝이 없고, 스토리도 만화적으로 쉽게 쉽게 해결되는 등 허술하게만 보일 뿐이다. 더군다나 <백투더 퓨쳐>(1985)의 하이틴 스타 ‘리아 톰슨’부터 젊은 시절부터 대배우 싹을 보였다던 ‘팀 로빈스’까지 출연했음에도 코미디 톤을 맞춰 연기하다 보니 바보스러워 보일 뿐이다. 다시 말하면, 관객 타켓층에 있어 수위 조절에 실패한 셈이다. 압권은 우주 마왕이 제닝에게 빙의된 뒤 벌어지는 3막일게다. 어두운 붉은 조명 아래서 기이한 제닝의 분장과 에너지를 충전하는 촉수, 스톱모션으로 훌륭하게 만들어졌으나 아이들에겐 너무나 징그러울 마왕의 비주얼까지가 온 가족용 블록버스라기엔 혐오스러워 보인다. 역시 성인들에게도 우주 괴물과의 싸움이라니, 어설프리 합성한 레이저 광선만큼이나 감흥없어 보일만 하다. 이 점들 때문에 '로저 에버트', '진 시스켈'을 위시한 평론가들에게 혹평일색이었던 건 말할 것도 없다.
지금까지 영화의 심각한(?) 문제점들을 살펴보았지만, 그래도 (이번 글에서 이번 영화를 추천하는 이유인)장점들 역시 얘기해보겠다. 문제점들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다보면 제작자 조지 루카스와 감독 윌러드 휴익가 영화에 최대한 쏟아부은 열정이 느껴진다. 그림자 연출로 강렬한 필름 느와르 분위기가 느껴지는 오프닝에서부터 지상부터 공중까지 아우르는 추격전과 대결씬까지는 오락 영화로서 충실한 감각을 수행한다. 특히 CG 없던 시절 특수효과들은 얼핏 어색해 보여도 ILM답게 모든 기술을 총동원해 보여주었다. 그 대표가 바로 주인공 하워드의 비주얼이다. 현대 같으면 <어벤져스 2:에이지 오브 울트론>(2014)의 ‘울트론’이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014~23)의 ‘로켓’처럼 풀 CG로 구현할 캐릭터를 영화는 원격조종으로 표정이 디테일하게 움직이는 인형탈을 소인 배우 ‘에드 게일’(Ed Gale-그는 똑같이 로봇탈을 쓰고 ‘처키’를 연기한 것으로도 유명하다.)가 쓰고 연기해 실감이 난다. 여기에 브로드웨이 배우 ‘칩 지엔(Chip Zien)’이 성우를 맡으며 하워드의 로맨티스트적 성격이 강해졌다. 참고로 그가 성우를 맡기 전까지 ‘로빈 윌리암스’, ‘마틴 쇼트’, ‘존 쿠삭’ 등 스타 코미디 배우들이 물망에 올랐다 한다.(로빈 윌리암스라면 특유의 광기어린 연기로 끝내줬을 게다;^^)
더불어 두 번째 특수효과 명장면은 우주 마왕이 등장하는 클라이맥스이다. 역시 CG 대신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 연출해낸 장면으로, 여러 촉수와 다리들이 움직이는 모습은 실제 생물처럼 자연스럽다. 이 장면은 조지 루카스부터 스티븐 스필버그까지가 존경해 온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감독 ‘필 티펫(Phil Tippett)’의 솜씨로 ‘스노우 워커’, ‘톤톤’ 등 <스타워즈>를 상징하는 캐릭터들부터 <로보캅>(1987)의 ‘ED-209’까지에 생명을 불어 넣어주며 특수효과 거장 자리에 온 인물이다. 레이저 광선이 휘날리는 장면들도 CG로 익숙한 지금 시각에서 보기에 허술해 보이더라도, 역시 <스타워즈>에서의 광선검, 광선총에 사용된 로토스코핑(rotoscoping) 기술을 극한을 밀어붙인 장면들이다. 더불어 음악들도 훌륭하다. 하워드 덕 테마송을 비롯한 록 음악들은 ‘토마스 돌비(Thomas Dolby)’, ‘앨리 윌리스(Allee Willis)’, ‘조지 클린튼(George Clinton)’까지 당대 최고의 팝 아티스트들이 만들어 내고 주연배우 톰슨이 직접 불렀다. 오리지널 스코어도 <겨울의 라이온>(1969), <아웃 오브 아프리카>(1985), <늑대와 춤을>(1990)로 3차례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한 거장 ‘존 베리’의 솜씨다. 대서사 영화부터 007 시리즈까지 음악을 전문으로 맡아 온 답게 재즈와 오케스트라를 넘나드는 음악들이 분위기를 돋군다.
하지만 끝내 영화가 흥행에서 대실패를 하면서 윌러드 휴익 감독은 다시 장편 연출을 맡지 못하게 되었고, 루카스와의 우정도 끝나고 만다. 루카스도 영화의 실패로 인한 재정난을 해결하기 위해 ILM 내 애니메이션 시각효과팀을 해산시켜야 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부서를 당시 애플사에서 쫓겨나 새로운 사업을 찾던 ‘스티브 잡스’에게 팔았는데, 이때 잡스는 그 팀에서 연구하던 컴퓨터 애니메이션 기술에 적극 지원하게 되었고, 그렇게 전설의 ‘픽사 스튜디오’를 탄생하게 되었다는 후문이다. 다시 말해, <하워드 덕>이라는 대실패가 아이러니하게도 <토이 스토리>(1995)부터 최근 <인사이드 아웃 2>까지 명작들을 만드는 CG 애니메이션 명문가를 탄생시켜 준 셈이다. 또한 영화로 커리어의 위기가 왔던 주연 리아 톰슨과 팀 로빈슨도 각자 TV 드라마 [Caroline in the City](1995~1999)와 <쇼생크 탈출>(1994)을 통해 스타 배우의 위치로 돌아갔으며, 조지 루카스도 <인디아니 존스 : 최후의 성전>(1989)과 <스타워즈> 프리퀄 시리즈(1999~2004)에 집중하며 위기를 극복해나갔다. 대신 마블의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꿈은 더 멀어져만 갔다.
사실 <하워드 덕> 이후로도 다행히 마블의 영화화 시도들은 계속 이어졌다. 액션스타 ‘돌프 룬드그렌’(<아쿠아맨>에서의 ‘네레우스 왕’!)을 주연으로 내세운 <퍼니셔>(1989)부터, 저예산 전문 제작사 캐논(CANON) 영화사에서 싸게 만든 <캡틴 아메리카>(1990), 그리고 B급 영화계의 대부 로저 코먼에 의해 최악 퀄리티로 만들어진 <판타스틱 포>(1994)까지가 그들이다. 그러나 이들 모두 저예산으로 제작되는 바람에 퀄리티가 형편없었으며 참담한 흥생성적만 거뒀다. 그 사이 DC가 <슈퍼맨> 시리즈에 뒤이어 <배트맨> 시리즈도 성공시키면서 홀로 전성기를 누렸다. 심지어 <마스크>(1994), <스폰>(1997) 등 비주류 코믹스 영화들부터 <다크맨>(1990) 등 창작 슈퍼히어로 영화들이 대신 유행하기도 하였다. 1998년 <블레이드>부터 시작해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시작인 <아이언맨>까지로 마블이 지금의 자리를 잡는데 있어 긴 시간이 걸려온 셈이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 또 이해할 수 있듯 마블은 <블레이드> 이전까지 실패한 영화들의 존재를 거의 부정하듯 하고 있다. 그럼에도 영화광들은 초창기 엉망민창의 마블 영화들을 찾아내었고 인터넷을 통해 알리면서 숨겨져 왔던 그 존재들이 알려질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중에 하워드도 있었다.
루카스의 혹은 휴익의 야심찼던 <하워드 덕>은 본인들부터 마블에까지 큰 손해를 끼쳤지만, 최초의 마블 코믹스 원작 영화라는 점에서는 영화사적 의미가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특히 ‘슈퍼맨’부터 ‘배트맨’, ‘아이언맨’까지 초능력과 첨단무기로 무장한 정통 히어로가 아닌 외계에서 온 말하는 오리라는 점 외에 특이사항 없는 (마블에게서조차)비주류 캐릭터를 히어로로 내세우며 영화화시켰다는 실험정신은 잊어선 안 될 게다. 여기에 앞서 말한대로 이후의 초창기 마블 영화들이 B급 저예산으로 제작되어왔음을 상기하면, 루카스와 ILM과 만나 메이저로 제작된 첫 마블 시네마 히어로 하워드의 행보는 무시 못할 만 하다. 그렇게 숨겨진 영웅 하워드 덕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유행과 함께 알려지면서 그만의 매력으로 컬트화 되어갔다. 이어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와 '디즈니 플러스'의 [왓 이프...] 시리즈에도 하워드 카메오로 등장시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합류시킴으로써, 하워드는 블록버스터 포맷으로 부활하게 되었다. 그래서 한동안 하워드 덕 단독 주연의 리부트가 나올지 기대되었지만 마블에서는 그에 대한 계획은 없다고 발표하면서 팬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ㅠㅠ 성질 더러운 그러나 로맨틱한, 말하는 오리라는 별난 히어로라 ‘아이언맨’보다, ‘스파이더맨’보다 더 매력있는 하워드를 언젠가 꼭 다시 큰 스크린에서 만나볼 수 있기를 한번 기원해본다. 그런 만큼 마블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하겠다! 물론 CG로 그려지겠지만;;; 어쩌면 등급 낮춘다고 담배 안 피울지도ㅜㅜ
(여담- 조지 루카스도 처음엔 원작 특성에 맞춰 애니메이션으로 영화화하길 원했단다. 그러나 제작사 유니버설에서는 여름 시장을 겨냥해 실사 블록버스터로 만들길 요구했고, 루카스는 휴익 대신 먼저 ‘존 랜디스’ 감독에게 연출을 제의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블루스 브라더스>(1980), <런던의 늑대인가>(1981), <에디 머피의 구혼작전>(1988)까지 기기묘묘한 유머감각을 자랑해온 랜디스라면 영화에 딱 어울리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서일까? 루카스는 끝내 랜디스에게 연출을 맡기지 못한 점이 영화가 실패한 큰 이유였다며 후회한다고 밝힌 바 있다.)
자료 출처 :
Wikipedia : Howard the Duck( https://en.wikipedia.org/wiki/Howard_the_Duck )
Wikipedia : Howard the Duck(film)( https://en.wikipedia.org/wiki/Howard_the_Duck_(film) )
“10 Things You Didn't Know About HowardTheDuck” from YouTube Channel “Minty Comedic Arts”( https://www.youtube.com/watch?v=N0Kwmf8Zsj8 )
“Howard the Duck - Good Bad Flicks” from YouTube Channel “GoodBadFlicks”( https://www.youtube.com/watch?v=FFZUEspV2G0&t=734s )
“괴작열전(怪作列傳) : 하워드 덕 - 조지 루카스가 탄생시킨 사상최강의 오리 히어로” from 블로그 “페니웨이™의 In This Film”( https://pennyway.net/943 )
사진 출처 :
IMDB
SHUTTERSTOCK.COM
“Behind the scenes from the Howard the Duck movie, 1980's” from “reddit”( https://www.reddit.com/r/dragonutopia/comments/m8u8qd/behind_the_scenes_from_the_howard_the_duck_movie/ )
“‘Howard The Duck’: The Oral History” from “DECIDER”( https://www.hollywoodreporter.com/movies/movie-news/howard-duck-movie-star-returns-900386/ )
Twitter “VFX wizard @PhilTippett works on the "Dark Overlord" creature behind the scenes of HOWARD THE DUCK (1986).” from “
Humanoid History”( https://twitter.com/HumanoidHistory/status/652649971829768192 )
“See the Cast of ‘Howard the Duck’ Then and Now” from “SCREEN CRUSH”( https://screencrush.com/howard-the-duck-then-and-now/ )
“Pixar Animation Studios” from “PIXAR WIKI”( https://pixar.fandom.com/wiki/Pixar_Animation_Studios )
“Howard the Duck” from “COMIC VINE”( https://comicvine.gamespot.com/howard-the-duck/4005-6803/ )
“괴작열전(怪作列傳) : 하워드 덕 - 조지 루카스가 탄생시킨 사상최강의 오리 히어로” from 블로그 “페니웨이™의 In This Film”( https://pennyway.net/943 )
‘Howard the Duck’ Movie Star Returns for New Comic Version (Exclusive) from “THe Hollywood REPORTER”( https://www.hollywoodreporter.com/movies/movie-news/howard-duck-movie-star-returns-900386/ )
영화 <Howard the Duck>(ⓒLucasfilm.tld, Universial Pictures 1986) 영상캡쳐
영화 <Guardians of the Galaxy>(ⓒMarvel Studios, Walt Disney Pictures, 2014)
영화 <Guardians of the Galaxy Vol.2>(ⓒMarvel Studios, Walt Disney Pictures,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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