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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트클래식 리뷰/액션

<슈퍼 마리오>(1993) 2부

 

 

(..1부에서 이어집니다)

 

지금까지 스토리만으로도 영화는 수많은 실패의 요소들을 내보이고 있지만, 하나하나 살펴보도록 하겠다. 먼저 원작 게임과 전혀 연관되지 않는 충격적인(?) 스토리와 비주얼이다. 원작의 동화 같은 정감어린 버섯왕국 대신 짐승처럼 야만적인 공룡들과 파충류 인류가 지배하는 곰팡이로 뒤덮인 다이노-하탄 도시의 비주얼은, [슈퍼 마리오]라기보단 <블레이드 러너>(1982)나 <뉴욕 탈출>(1981)을 연상시킨다. 아동용 게임의 아기자기하고 컬러풀한 비주얼을 천차만별의 어둡고 음침하며 공포스럽기까지한 디스토피아적 대도심으로 바꿔 놓았다는 점에서부터, 게임의 열성 팬들과 게임의 주 이용층인 아동 관객들이 얼마나 쇼크받았을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참고로 영화는 미국에서 PG(우리나라로 7세 혹은 12세 관람가)등급으로 개봉했다. 기괴하고 액션으로 가득하지만 잔인한 폭력이나 욕설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애초부터 아동관객을 겨냥했다.)

여기에 보닛부터 트렁크까지 쓸데없이 스파크가 튀는 자동차 디자인부터 정신없이 몰아치는 과장된 액션씬들도 [슈퍼 마리오]보단 <매드 맥스>(1979) 시리즈를 연상시킨다. 아니나 다를까, 이 영화의 미술감독 '데이빗 R. 스나이더'는 <블레이드 러너>의 아트 디렉터 출신이고, 촬영감독 '딘 세뮬러'도 <매드 맥스2:로드 워리어>(1981) 촬영감독 출신이다. 원작 게임에 언급도 없던 공룡이란 소재도 마찬가지. 마침 영화가 제작되던 1990년 초반 미국에서는 영화부터 TV까지 ‘공룡’을 소재로 한 작품이 열풍을 불고 있을 때였다. <슈퍼 마리오>도 공룡이라는 소재를 억지로 끼워 맞춤으로서 트랜드에 합류를 시도해 보았지만 오히려 관객들에게 생경감만 안겨 주었다. 또마침 이 시기 스티븐 스필버그도 <쥬라기 공원>(1993)을 만들고 있었고, <슈퍼 마리오> 개봉 2주 뒤 나란히 개봉했다. 결과는 당연히 <쥬라기 공원>의 완승이었다.

 

두 번째는 화려한 캐스팅이 무색하게 만드는 캐릭터 설정이다. 주인공 마리오는 <모나리자>(1986)로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고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1988), <후크>(1991)를 통해 대중적으로도 유명한 ‘밥 호스킨스’가, 루이지는 당시 신인이지만 <로미오와 줄리엣>(1996), <물랑루즈>(2001)로 연기파 스타가 된 ‘존 레귀자모’가 연기했다. 데이지 공주 역에는 하이틴 스타인 ‘사만다 매티스’가, 악당 바우저로서 쿠파 역에는 메소드 액팅 대배우 ‘데니스 호퍼’가 연기했다. 이 정도면 초호화 캐스팅임에도, 정작 영화는 이들이 맡은 캐릭터들을 천차만별 재설정해 놓았다. 그 가운데 당연 압권은 ‘쿠파’로 이름이 바뀐 바우저다.(당시 미국에 출시된 원작 게임 설명서를 보면 “바우저, 쿠파 중의 왕”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아마 제작자들은 바우저보다 쿠파라는 이름이 더 위협적으로 포괄적으로 느껴져 사용한 듯하다.) 더 이상 원작에서 불 뿜는 무시무시한 용거북이 아닌 4갈래 괴상한 헤어스타일에다 검은 가죽 양복을 입고 다니는 신경질적인 탐욕스런 비즈니스맨 외양으로 바뀌어 있다.

 

심지어 마리오 형제와 처음 만나는 씬에서는 파란 양복과 붉은 넥타이를 맨 모습으로 등장하는데, 그 모습이 훗날 미국 대통령이 되는 ‘도날드 트럼프’를 연상시킨다.(심지어 도시 곳곳의 “쿠파에게 투표하라”는 문구까지 눈에 띈다.) 80년대 대통령으로 당선되기 전부터 젊은 도날드 트럼프가 경제와 정치까지 뒤흔드는 월스트리트 갑부로 떠오르면서 <월 스트리스>(1988), <백 투 더 퓨쳐 2>(1989)를 비롯해 여러 영화에서 그를 본따 풍자되어지곤 했는데 <슈퍼 마리오>도 그에 편승하여 쿠파를 재해석해 놓았다. 쿠파 말고도 주인공 마리오 형제도 멀쩡해 보이지 않는건 마찬가지. 서로 형제라 부르지만, 루이지가 어릴 적부터 마리오가 버려진 자기를 키워왔고 아버지와 같은 존재라 설명한다는 점에서 형제라기보단 부자 관계에 더 가까워 보인다. 또 더 이상 설명이 나오지 않기에 이들 관계가 형제인지 부자관계인지 애매하다는 의견도 일며 실제로 게임 팬들 사이에서 매우 민감한(?) 논쟁이 일었다. 또 앞의 스토리 설명에서도 ‘루이지’의 이름이 많아 등장한 만큼 실질적인 주인공은 정작 마리오가 아닌 루이지다.

도널트 트럼프와 외모부터 괴팍함까지 판박인 '바우저'..아니, '쿠파'ㅋ

마지막으로는 황당무개 허술한 스토리다. 단순히 지구가 운석 충돌로 두 개의 세계로 나뉘어지고 공룡들이 진화해 문명을 세운 배경은 SF 판타지 장르상 넘어갈 수 있으나, 스토리 전체적으로 앞뒤 안 맞는 설정과 무심한 전개들로 넘친다. 그러다보니 영화를 보다보면 혼란스러워 질문이 터져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쿠파와 마리오 형제만큼이나;)끔찍한 모습으로 등장한 ‘굼바’가 된 ‘토드’는 똑같은 과정으로 퇴하되고 세뇌되었을 다른 굼바들과 달리 어떻게 선한 본성을 그대로 유지해 공주를 돕는가? 데이지를 납치해 사건의 발단을 일으킨 ‘이기’와 ‘스파이크’는 마리오 형제와 동행하다 어찌 갑자기 동조하게 되었는가? 쿠파는 권력을 잡은 무기인 급속 퇴화 기술을 또 어떻게 발명해 낸걸까? 이 세계의 자동차들은 보닛과 안테나에서 위험하게 스파크가 튀고 브레이크도 없이 디자인된 이유는 또 뭘까?(마리오 형제도 처음부터 그 차를 쉽게 운전한다;;)

거의 만화에 까운 넌센스로 쉽게 해결되는 설정들도 눈에 띈다. 그 중 게임에서처럼 똑같은 디자인으로 등장한 절체절명의 무기 ‘포폭탄(Bob-Omb)’의 활약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 우연에 의한 해결)에 가깝다. 어째서 대규모의 제작비를 들인 영화의 전개가 허술한 것일까? 사실 영화는 촬영 중에도 매일 시나리오가 수차례 바뀌었다고 한다. 그만큼 매 촬영마다 대사와 스토리가 바뀌게 되었고, 그 결과 당연히 감독과 배우, 프로듀서들과 스텝진 사이에서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록키 모튼, 애나벨 잔켈 감독은 자신들의 컨셉대로 더 어둡고 박력있는 액션 스타일로 영화를 만들길 원했으나 확실히 아동관객에게 맞춘 영화를 원했던 제작사와 촬영 내내 싸웠다고 한다. 결국 참다 못한 감독들은 촬영 막바지에 도중하차 하였고, 촬영감독 딘 세뮬러가 대신 연출을 맡아 촬영을 마무리하였다. 감독, 제작진 뿐만 아니라 배우들 역시 이구동성으로 <슈퍼 마리오>가 자신들 커리어 중 최악이라며 근래에 인터뷰하기까지 하였다.

 

이쯤까지 읽으면 이런 질문을 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치명적 문제들을 직접 열거하였는데 왜 이 영화를 컬트 명작으로 소개하고 있는가? 그에 대해 답하자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이 영화 이후 <스트리트 파이터>(1994), <D.O.A>(2006), <맥스 페인>(2008), <어쌔신 크리드>(2016), 그리고 <수퍼 소닉>까지 게임을 원작으로 한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줄줄이 나왔으나 대다수가 실패를 경험했다. 단순히 흥행 문제가 아니라 원작 게임 팬들에게 마저 손절당할 정도였다. 그 주된 이유는, 아무리 원작 세계관을 충실히 살리더라도 직접 플레이하는 게임이라는 매체에서 그저 스크린으로 감상하는 영화 매체로 바꾸는 과정상 그 특유의 재미를 놓칠 수 밖에 없게 된다는 점이다. 여기에 대다수의 제작사가 그 명성에만 기대 비주얼과 스토리만 그대로 만들면 장땡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니 영화로 옮겨진 결과 일반 관객들에겐 설명이 안 되는 어처구니없는 전개로 보이거나, 게임 팬들에게는 원작 게임보다 재미없다고 느껴졌을게다.

이런 한계 상에서 <슈퍼 마리오>는 매우 파격적인 선택을 택한 것이다. 굳이 원작 게임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세계관을 창조하되, 그러면서 원작의 설정들을 소품 등으로 자그맣게 차용해 팬들에게까지 즐겁게 만드는 요소들을 전개해 나간 것이다. 실제로 여러 곳에서 원작 게임에서 따온 점들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클라이맥스에서 마리오가 로켓 신발로 철제 다리 사이를 이리저리 뛰어넘으며 화염방사기를 쏘는 쿠파와 대결하는 장면은, 바우저의 성 안에서 불 뿐는 바우저의 공격을 이리저리 피하며 싸우는 원작의 마지막 스테이지와 매우 유사한 액션을 연출한다. 여기에 영화 후반 등장하는 원작과 딱 맞아 디자인된 붉은색, 녹색 의상과 모자 보일러 수트, 역시 인간 캐릭터로 등장하지만 [슈퍼 마리오3] 게임에서 괴물들로 등장했던 ‘이기’, ‘스파이크’, ‘빅버사’ 등의 조연캐릭터, 그리고 일부 세트 디자인도 원작 게임 시리즈의 실내 디자인과 닮아 있기까지 하다. 심지어 CG가 아닌 애니메트로닉스로 움직이는 아기 티라노 ‘요시’도 볼 수 있다!

<쥬라기 공원> 아닙니다! '요시'입니다;^^;

물론 원작을 훼손했다며 울부짖는 팬들의 원성이 이해가긴 간다. 원작과 닮긴 커녕 그 타겟층인 아동 관객들에게 맞지 않을 어둡고 기괴한 비주얼에 허술한 스토리까지 하여 오락영화로서도 즐기기 부족한 건 사실이다. 그래도 나는 절대 나쁜 영화라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여러 번 다시 보면 볼수록 영화에 참여한 각기 아티스트들의 노고와 번뜩이는 아이디어들이 새롭게 눈에 들어 온다. 음침하더라도 진짜 같이 느껴지는 평행 세계의 ‘다이노-하튼’ 세트부터, 기상천외한 무기와 차량 디자인들은 영화홍보 장난감으로 판매한다면 바로 구매하고 싶게 만든다. 특히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는 마리오 형제의 원작 그대로의 보일러 수트 의상도 역시 게임을 하며 자라온 입장에서 흥분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몰핑 그래픽 효과(Morphing Graphics Effect)’가 대대적으로 사용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전에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어비스>(1989), <터미네이터2>에서 캐릭터 형태를 자유자재로 변화시키는 비주얼을 선보이며 영화계에 충격을 던져 준 몰핑 그래픽스는 <슈퍼 마리오>에서 쿠파의 퇴화 무기 장면들을 통해 대대적으로 사용되어 졌다. 지금 시점에서 보면 많이 어색하고 (지금 봐도 훌륭한)<터미네이터2>보다 퀄리티가 인상적이지 않은 것도 사실이지만, 당시 이 헐리우드 내에서도 화제가 된 만큼 그의 대규모 사용은 이후 영화들에서도 쉽게 사용하고 더 발전시키는 발판이 되었다. 솔직히 인물들을 파충류, 유인원으로 퇴화시키는 몰핑 그래픽들에서 공포스러움을 느꼈던 만큼 효과적이었다 생각한다.

'쿠파' 급속 퇴화 기술~! <터미네이터2>를 뒤잇는(?) 본작의 '몰핑 그래픽스'!!!!

애초 원작이 너무 아동틱하고 판타지스런 점을 염두할 때, 애니메이션이 아닌 실사화인 이상 오히려 원작 그대로 각색했다면 영화의 상태가 더 심각했을지 모르겠다. 그렇기에 원작 스토리를 가능한 무시하면서도 깨알같은 재미 요소들을 숨은 그림 찾기처럼 심어 놓으며 아동부터 청소년, 성인층 관객들에게까지 맞추려 한 이 시도야말로, 당시로서 이상적인 [슈퍼 마리오] 영화화 전략이었을 거라 믿는다. 심지어 이후 <레지던트 이블>과 <사일런트 힐>도 원작의 비주얼을 따왔으나 인물 캐릭터들의 설정과 관계도를 새롭게 재구성하는 똑같은 전략을 선택해 원작 팬들부터 게임을 해보지 않은 일반 관객들까지 쉽게 빠져들 수 있게 하여 시리즈로 성공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영화화 각색 불모지였던 게임을 파격적인 방식으로 처음 해낸 이 영화를 게임 팬들부터 평론가들의 의견이 어떠하든 절대 실패작이라 생각하지 않고 진심으로 사랑한다. 그런 점에서 [슈퍼 마리오] 게임 시리즈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또 80~90년대 SF 액션 장르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그리고 나처럼 새로운 장르를 찾아 해메는 컬트영화 팬들에게 영화를 추천하는 바이다.

세상 그 누가 뭐래도.. 전 항상 당신들을 사랑합니다~~!

 

(여담1 : 본작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면, 영화의 팬사이트(http://www.smbmovie.com) 역시 방문해 보기를 추천한다. 제작과정 사진과 세트 디자인 등이 아직까지 공개되어 있다.)

 

(여담2 : 본작의 기발한 세트, 미술 디자인에 대해 모두가 이에 동의할 수 없더라도, 음악만큼은 모두가 즐길 수 있을만큼 듣기 좋다. 그럴 수 밖에 없는게 OST를 <백투더 퓨쳐>부터 <어벤져스>의 테마곡을 만든 거장 ‘알란 실베스트리’가 작곡했고, ‘메가데스’(Megadeth)부터 ‘록세트’(Roxette)까지 당대 메탈 아티스트들도 극중 팝송 작업을 해주었다. 그 점에서 OST 구매만큼은 추천한다!ㅋ)

 

<슈퍼 마리오> 국내 개봉당시 홍보물 중 일부 (출처 : “페니웨이의 In This Film” 블로그 글 : 괴작열전:슈퍼마리오-사상 최초의 게임원작 실사영화 2부 http://pennyway.net/1021 )

 

 

사진 출처 :

영화 <Super Mario Bros. The Movie> 영상 캡쳐(ⓒAllied Filmmakers/Cinergi Pictures Entertainment/Hollywood Pictures, 1993)

자료 출처 :

“페니웨이의 In This Film” 블로그 글 : 괴작열전:슈퍼마리오-사상 최초의 게임원작 실사영화 1~2부( http://pennyway.net/1020 , http://pennyway.net/1021 )

유튜브 채널 “GoodBadFlicks” 'Episode 50 Super Mario Bros review'( https://www.youtube.com/watch?v=od-FughI-C8&t=11s )

유튜브 채널 "Cinemassacre" 'Super Mario Bros - Movie Review'( https://www.youtube.com/watch?v=U0IeQjEYC1Y )

유튜브 채널 "Minty Comedic Arts" '10 things You Didn't Know About SuperMarioBrosMovie'( https://www.youtube.com/watch?v=1-7k8MNPIek )

'Super Mario Bros. The Movie Archive' Website( http://www.smbmovie.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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