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에서 이어집니다)
<코브라>의 기원은 의외의 계기에서 생겨났다. 코믹 액션의 고전이 되는 <비버리 힐즈 캅>(1984) 기획 당시 제작사에서는 주인공 역으로 스탤론을 고려하고 캐스팅을 제의였다. 그러나 스탤론은 영화가 가벼운 코믹 액션인 점을 탐탁치 않게 여겼고, 대신 자신이 직접 시나리오를 각색하기에 이른다. 그렇게 스탤론이 새로 써낸 시나리오는 시작부터 너무 어둡고 폭력적이라는 이유로 거부당한다. 그렇게 <비버리 힐즈 캅>은 본래 코믹한 컨셉대로 ‘에디 머피’를 캐스팅해 성공하였고, 스탤론도 지지않고 자신의 시나리오를 직접 영화화하기로 결심한다.
스탤론은 자기 버전의 <비버리 힐즈 캅>, 즉 <코브라>로 새로이 명명한 시나리오를 수정하면서 ‘폴라 고슬링(Paula Gosling)’의 소설 [Fair Game]을 원안으로 삼는다. 소설에서의 살인현장을 목격한 여주인공과 그를 보호하는 경찰의 간의 버디 서사를 영화의 메인 스토리로 새로 잡고, 자신이 직접 주연하기로 하면서 주변 제작진을 모아갔다. 그렇게 자신과 함께 <람보2>(1985)를 작업하고 <카산드라 크로싱>(1976), <레비어탄>(1989), <툼스톤>(1993) 등 80~90년대 장르 대가로 촉방받은 ‘조지 P. 코스마토스(Georgr P. Cosmatos)’ 감독이 연출을, 당시 수많은 액션 흥행작들을 내놓은 ‘캐논(CANNON) 영화사’가 제작을 맡으며 본격화되었다.
80년대 동안 캐논 영화사는 <대특명>(1984), <아메리칸 닌자>(1985), <라이프포스>(1985), <데스 위시> 시리즈(74~87)까지 저예산 액션, SF 장르를 전문으로 제작해 흥행은 물론 마니아층까지 모아 온 제작사였다. 80년대 중반부터는 ‘B급 전문’이라는 딱지를 떼고자 더 많은 제작비와 스타들을 기용한 블록버스터화에 돌입했다. <코브라>도 그 대열 중 하나였다. 코스마토스 감독을 필두로 한 스탭진과 출연진 역시 촉망받는 이들로 구성되었다. 촬영을 맡은 ‘릭 웨이트(Ric Waite)’는 <48시간>부터 <풋루즈>(1984)까지 스타일리쉬한 액션물을 전문으로 촬영해온 인물이며, 음악을 맡은 ‘실베스터 르베이(Sylvester Lévay)’는 헝가리에서 실험음악가 출신으로 이번 영화에서 전자 음악을 전격 활용하기를 시도하였다. 그리고 잉그리드 역으로는 덴마크 모델 출신이자 당시 스탤론의 아내였던 ‘브리짓 닐슨’이 출연해주었다.
그러나 이 역시 제작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특히 누가 영화를 연출했냐부터 논쟁이 이어져 오고 있는데, 전설(?)에 의하면 실질적으로 스탤론이 직접 연출을 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스탤론은 당시까지 액션배우일 뿐 감독으로서는 신뢰받지 못하였기에, 코스마토스 감독을 불러 기술적인 연출을 부분적으로 맡기면서 자신이 총괄적인 연출을 맡는 한편 언론에서 취재를 올 때에는 역시 코스마토스 감독을 불러 총감독인 것마냥 연기해 보여달라 했다고 전해진다. 그렇든 아니든 상관없이 <록키>와 <람보>로 대스타가 된 스탤론이 현장에서 큰 지위력을 가졌고 그런 만큼 제작진과 잦은 마찰을 일으킨 것만은 사실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난관은 후반작업이었다. 스탤론이 직접 참여한 첫 편집본은 심의에서 피칠갑 폭력묘사로 인해 제한상영가를 받았다고 한다. 결국 스탤론은 일반 상영등급을 받을 수 있도록 액션씬에서의 유혈 쇼트들부터 여타 폭력씬들을 삭제해야 했다. 이런 이유로 나이트 슬래셔가 아이를 시켜 경찰서에 잘린 손을 보내 협박하는 장면부터, 나이트 슬래셔가 낮에는 정체를 숨기고 생선 손질 일을 하며 살육의 목적을 상기하는 장면들이 삭제되었다. 병원 씬에서 간호사가 살해되는 장면의 경우는 어색하게 넘어갈 수가 없어 간호사의 피 묻은 손이 끌려가는 쇼트를 거칠게 느리게 하는 식으로 마무리했다. 설상가상으로 같은 시기에 <탑건>이 경쟁작으로 개봉된다고 하자, 그에 밀리지 않기 위해선 상영휫수를 늘일 수 있도록 상영시간을 더 짧게 편집하기로 결정한다.
그래서 늘어지는 대화 장면들부터 시작해 코브라의 전 애인이 강간범에게 살해당했다는 과거사까지 편집한 끝에, 2시간 반이에서 97분으로 압축되었다. 다행히도 그 결과가 처음엔 나쁘지 않았다. 영화는 개봉되자마자 첫 주 동안 2천1백만 달러라는 최대의 오프닝 성적을 기록해낸다. 이는 지금까지 (개봉기간 및 상영관 수에 따라)가장 높은 오프닝 성적으로 헐리우드에서 거론되고 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 2주차에 접어들자 불안대로 <탑건>부터 시작해 <베스트 키드2> 등 새로운 흥행작들에 밀려 나갔고, 총 4천9백만 달러라는 수익은 건겼으나 이전 스탤론 인기작들에 비하면 초라한 흥행을 거두며 끝났다. 여기서 시작해 이듬해 닐슨과도 이혼하게 되면서, <클리프행어>로 구제받기 전까지 스탤론의 나락이 시작되었다.
<코브라>는 두 말할 것 없이 무모한 액션영화다. 그 중심엔 당연히 주인공 코브라가 있다. 경찰임에도 불구하고 강력범죄를 확실히 소탕한다는 이유로 최소 인권 따위는 무시하며 과잉 진압과 무차별 사살을 망설이지 않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인질과 도시의 안전도 보험으로 걸어둔다. 물론 이는 <더티 해리>, <데스 위시>로부터 이어져 온 하드바디 액션 영웅의 특징이긴 하지만, 스탤론이 표현한 코브라는 그 극단을 달린다. 그래서 이를 정당화하고자 나이트 슬래셔라는 광신적인 살인집단을 악당으로 삼고 있다. 이도 <할로윈>(1978), <13일의 금요일>(1980) 등 슬래셔 장르 유행과 맞춰놓은 설정이다. 그러다보니 영화는 폭력적임을 넘어 공포물 같이 느껴진다.
특히 르베이가 만든 낮은 음의 사이키델릭한 전자음악과 필름 느와르적인 어두운 영상 속에 적색 중심 조명 연출은 액션영화보단 공포영화 분위기를 더 자아낸다. 여기에 인서트들 간의 순간적인 편집 몽타쥬도 신경을 자극한다. 그리고 이러한 영화의 분위기는 코스마토스 감독의 아들 ‘파노스 코스마토스(Panos Cosmatos)’가 연출해 컬트화되고 있는 <맨디>(2018)와 아이러니하게도 유사하게 느껴진다. <맨디>도 똑같이 눈이 아플 정도의 붉은 조명 영상과 사이키델릭한 전자음악이 불편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한편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광신적인 살인집단을 향한 복수를 그리고 있다. <코브라>와 달리 잔혹 장면에 대한 검열만 없었을 뿐. 어쩌면 아들 파노스는 아버지의 본래 비전을 다시 재현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겉보기에 생각없고 난폭하고 법도 인권도 지키지 않는 경찰 주인공의 행보가 시대착오적으로 느껴지겠지만, <코브라>는 강력범죄가 다사다난했던 80년대 당시 정부로서 공권력이 제대로 자신을 보호해주길 바랬던 80년대 관객들의 욕망을 잘 반영한 영화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된 <더티 해리>, <리쎌웨폰>, <다이하드>부터 2000년대 우리나라에서도 <공공의 적>(2002), <아저씨>(2010)가 개봉해 인기를 끌었던 것도 같은 이유이다. 범법에서는 무자비하게, 사랑 앞에서는 다정하게, 비현실적이라도 “이런 영웅(혹은 남성상)이 있었으면” 하는 욕구를 반영해주는 것은 액션 장르부터 그와 유사한 슈퍼히어로 장르의 본질적인 목적이다. 결국 더 다정한 '톰 크루즈'에게 밀려 버렸으나, <코브라>의 행보는 지금까지도 액션 마니아들 사이에서 컬트 명작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현재 신세대 폭력미학의 거장이 된 '니콜라스 윈딩 레픈' 감독도 자신의 명작 <드라이브>(2011)에서 (서구인들에게 여전히 낯설은)이쑤기개를 씹는 '라이언 고슬링'을 통해 코브라에 대한 간접적 오마쥬를 바치기도 했다. 영화 속에서 스탤론 역시 열심히 연기하므로써 록키, 람보와 함께 기억될 만한 새로운 자기 캐릭터를 만들어냈고, 당시 부부였던 덕에 닐슨과의 케미도 진실되게 느껴진다. 여기에 코스마토스 감독(혹은 스탤론 본인)다운 화끈한 액션씬들 또한 충분히 아드레날린이 나게 해준다. 같은 시기 액션 명작들 만큼은 아니더라도, '정의의 무대포 경찰 "메리온 코브라티"'의 확약은 액션영화사에 길이 남을 것임을 자부한다.
자료 출처 :
Youtube video “10 Things You Didnt Know About Cobra” from “Minty Comedic Arts”( https://www.youtube.com/watch?v=aPYO8kc9BEo )
Youtube video “Cobra - Good Bad Flicks” from “GoodBadFlicks”( https://www.youtube.com/watch?v=HP6t0oS-q8I )
Youtube video “Stallone - Making Of COBRA” from “Marcus Bray”( https://www.youtube.com/watch?v=VHtHxVmWDBA&t=28s )
“Domestic Box Office For May 1986” from “Box Office Mojo” by IMDbPro( https://www.boxofficemojo.com/month/may/1986/ )
“Domestic Box Office For 1986” from “Box Office Mojo” by IMDbPro( https://www.boxofficemojo.com/year/1986/ )
사진 출처 :
Pintrest ‘Killer poster for COBRA by @eyeofthedesign.’ from “Mc Mattews” account( https://www.pinterest.co.kr/pin/629941066606499763/ )
IMDB
‘40 Photos That Prove Sylvester Stallone Was the Ultimate Style Icon’ from “yahoo!news”( https://www.yahoo.com/news/40-photos-prove-sylvester-stallone-155300241.html )
Alchetron : George P Cosmatos( https://alchetron.com/George-P-Cosmatos )
Twitter ‘Stan Winston and director George P. Cosmatos during the making of the #monster movie Leviathan from 1989.’ from “Stan Winston School” account( https://twitter.com/swinstonschool/status/818603000033931264?lang=he )
Youtube video “Stallone - Making Of COBRA”(ⓒWarner Bros. & The Cannon Group, 1986) from “Marcus Bray” 화면캡쳐( https://www.youtube.com/watch?v=VHtHxVmWDBA&t=28s )
IMAGO : Archive | Entertainment: Sylvester Stallone, 75th birthday on 6 July( https://www.imago-images.com/offers/437771/Archive/Entertainment/Sylvester-Stallone,-75th-birthday-on-6-July-?db=stock )
‘Interviews : Panos Cosmatos on Crafting His Heavy Metal Valentine, Mandy’ from “RogerEbert.com”( https://www.rogerebert.com/interviews/panos-cosmatos-on-crating-his-heavy-metal-valentine-mandy )
<Mandy> blu-ray cover art( https://www.u-buy.com.tw/en/product/6V5A635Q-mandy )
영화 <Cobra>(ⓒWarner Bros. & The Cannon Group, 1986) 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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