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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트클래식 리뷰/판타지

<혹성의 위기>(1983) 2부

 

(..1부에서 이어집니다)

 

본작을 연출한 액션, 스릴러 장르 거장 '피터 예이츠' 감독!

시나리오 수정 과정을 작업한 테시치와의 인연으로 감독 ‘피터 예이츠’가 <혹성의 위기>의 연출을 맡게 되었다. 예이츠 감독은 원래 남성적인 액션, 범죄물을 주로 연출하던 감독으로, 스티브 맥퀸의 유명하게 만들어준 하드보일드 형사물 <블리트>(1968)부터 해양 케이퍼 영화 <디프>(1977)(국내영화 <밀수>의 영감을 준 영화이기도 하다.) 전쟁영화 <머피의 전쟁>(1971) 등을 연출하였다.(한때 <대부>(1972)의 감독 후보군으로 오르기도 하였다.) 이번 <혹성의 위기>를 통해 기존과 다른 새로운 장르에 연출에 도전하였지만, 리얼리티를 중시한 예이츠 감독답게 역사속 유사한 사례들을 조사하며 이를 시나리오와 캐릭터에 각색했 맞춰 나갔다. 그래서 극중 캐릭터들, 특히 산적떼 캐릭터 하나하나가 (오히려 주인공 콜윈과 리사보다;)생동감이 넘치며 불필요하지 않고 스토리와 유기적 연계된 모습을 보여준다. 전투 장면들에서도 (레이저 광선과 인위적인 음향효과에도 불구하고)거칠고 강하게 연출하여 전쟁영화를 방불케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본작의 주목거리는 영국의 자랑거리인 ‘파인우드 스튜디오(Pinewood Studios)’에 세운 거대한 세트들이다.

피터 예이츠 감독 필모그래피: (윗줄 본작 이전)<블리트>(1968), <머피의 전쟁>(1971), <디프>(1979), (아랫줄 본작 이후)<의혹의 밤>(1987), <캐롤가의 저택>(1988), <누명>(1989)
<혹성의 위기> 촬영 중의 '피터 예이츠' 감독

지금 같으면 블루스크린 위에 CG로 대체할 거대한 궁정과 죽음의 늪이 있는 숲, 미망인이 갇힌 거대 거미줄, 초현실적인 디자인의 검은 요새 등을 스튜디오 내 대표 촬영장인 (<007> 시리즈를 주로 촬영해 이름 붙여진)‘007 세트장’ 10개를 합쳐 내 가상의 혹성 크롤의 세계로 만들어낸 것이다. 그리고 이후 이곳에서 <프로메테우스>(2012),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2>(2011),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014)까지 여러 SF, 판타지물들이 촬영되어졌다. 여기에 섬세하면서 사실적인 디자인을 자랑하는 영국 최고의 미술팀들이 세트를 꾸려 진짜보다 더 진짜같은 세트들을 만들어내었다. 특히 야외 공간인 죽음의 늪이 실내 세트장 안에서 만들어졌음에도 진짜 자연 공간처럼 느껴질만큼 조명부터 디자인이 놀랍다. 이 미술팀은 세트에 그치지 않고 슬레이어 군단의 독특한 의상들을 직접 만들어 내고, 스톱모션 효과로 살려난 크리스탈 거미와 그의 거미줄 미니어처 세트까지 정교히 만들어 내었다. 아이콘인 글레이보도 마찬가지! 물론 처음에 칼날이 튀어나오게 하는 방법을 여러번 실패한 끝에 예산이 떨어져 나가던 사이에서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고무줄로 플라스틱 칼날을 안으로 당겨 넣은 다음 뒷면에 부착한 스위치로 고무줄을 풀어 칼날이 튀어 나오게끔 만들었다.

본작부터 007 시리즈까지가 촬영된, 유망한 역사의 '파인우드 스튜디오'의 '007 세트장'
그리고 이 곳에서 탄생된, 궁전부터 늪지대 숲까지 놀라운 본작의 세트들! 물론 일부 장면에서는 공간이 더 거대해 보이게 벽에 또 유리창에 매트페인팅을 그리고 세트와 또 카메라와 원근법을 정교히 맞춰 합성시킨거지만, 그래도 모두 CG가 아닌 수제로 만든 것!!
슬레이어 군단의 의상부터 크리스탈 거미까지 영국 베테랑 미술팀들의 정교한 손길이!!
멋있어 보이지만 고무줄로 만든, 그러기까지 여러 차례 소품팀을 고생시킨 글레이보;;^^;

물론 영화는 전혀 완벽하지 않다. 스토리는 심플한 듯 하면서도 판타지라는 이유로 마법으로 해결하거나, 문제를 해결하고자 마법의 아이템이나 인물을 찾아가는 구조 반복되 지리하게만 느껴진다. 다시 말해 너무 동화나 설화적이다. 가장 치명적인 점은 아이콘 글레이보를 너무 일찍 손에 넣었음에도 결말까지 한번도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이니어의 말대로 비스트를 해치워야 하는 중요한 순간에 사용해야 한다는 교훈을 주지만, 정작 슬레이어들이 공격하는 순간에도 전혀 쓰지 않는다. 그 바람에 원정대만 목숨을 잃어 나간다. 여기에 또 아쉬운 건 주인공들. 멋진 케미를 펼쳤지만 콜윈과 리사의 캐릭터는 그다지 깊거나 새롭게 다가오지 못한다. 오히려 원정에 함께하는 산적 캐릭터들이 더 개성있게 그려진다. 아니나 다를까, 오히려 주역인 ‘켄 마샬’와 ‘리세트 앤서니’ 대신 산적 역의 배우들이 이후 대스타가 되었다. 산적 두목 '토르퀼'을 연기한 ‘앨런 암스트롱’은 <반 헬싱>(2004)에서 추기경 역을 비롯해 <미이라2>(2002), [페니 드레풀](2014)에 출연하며 묵직한 대배우가 되었고, 우직한 성격의 도적 ‘런’ 역의 ‘로비 콜트레인’은 <해리포터> 시리즈의 ‘해그리드’로 출연해 인기를 얻고, 유쾌한 성격의 도적 ‘케건’ 역에는 신인 시절의, 표현이 필요없는 배우 ‘리암 니슨’이 연기해주었다.

산적 두목 '토르퀼'과 <반헬싱>에서의 추기경을 연기한 '앨런 암스트롱'
산적 '런'와 <해리포터>의 '해그리드'를 연기한 '로비 콜트레인'
산적 '케건'와 <테이큰>의 '브라이언'을 연기한 '리암 니슨'!

그래서일까? 예상대로 영화는 흥행에서 대참패를 하고 만다. <스타워즈>보다 더 동화적인 스토리에 <스타워즈>로 관객들의 시각효과를 보는 눈도 높아져, 거대한 세트와 의상 기발한 디자인들에도 불구하고 레이저 등 저렴한(?) 특수효과들이 관객들을 만족 못 시키거나 <스타워즈>의 동어반복처럼 느껴졌다. 평론가들 역시 SF가 아닌 판타지로서 차별화 두고 창의적인 비주얼에 찬사를 보냈지만 그래봤자 <스타워즈> 따라쟁이라고 혹평했다. 여기에 후반 작업이 길어지면서 하필 <스타워즈 에피소드 6: 제다이의 귀환>가 개봉한 같은 주에 개봉하는 바람에 경쟁에서도 무리였다. 그렇지만 홈비디오 시장으로 출시되면서 사람들은 다시 <혹성의 위기>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당시 극장 및 비디오로 전통적인 동화적 서사를 거대 규모로 살린 이 낭만적인 영화를 보고 자란 어린세대들은 이제 어른이 되어 <반지의 제왕>보다 더 좋아하는 판타지 영화라고 추천을 아까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자연히 신세대들도 과거의 판타지 영화가 어떠하였는지, <스타워즈> 팬들의 경우 그와 경쟁하기 위해 어떤 영화를 만들었는가 하는 호기심으로 본작을 재발굴하였다.

 

물론 앞서 얘기하였듯, 스토리구조가 지나치게 동화적이고 이곳저곳을 원정하는 로드 무비 서사가 상상력이 부족한 이들에겐 지루할 만큼 치명적인 점만은 사실이다. <스타워즈>도 위기에 쳐한 공주와 그를 구하러 가는 기사, 그를 막는 검은 옷의 마왕 등 똑같이 동화적 요소들이 들어가 있지만, SF 장르로 선택한 만큼 현실의 과학적과 함께 막 2차 세계대전까지 격은 인류사를 반영해 보다 공감대를 얻을 수 있었다.(또 사실 <스타워즈>도 조지 루카스 감독이 존경하던 ‘구로사와 아키라’의 <숨은 요새의 세 악인>(1958)에서 영감을 받았다. 똑같이 왕국을 잃은 공주와 호위 무사, 그리고 포상금을 노리는 건달들의 무용담을 그렸다.) 그렇지만 보다 고전적인 동화풍으로 차별화해 서구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을 대서사시를 장대한 스크린으로 살린 도전정신 만큼은 인정할 만하다. 실질적은 본작의 아쉬운 지점은 SF 요소를 억지로 추가한 만큼이나 <스타워즈>를 너무 의식했다는 점일게다. 예산의 한계를 가지고 있었던 점도 있었고, 그럼에도 독창적인 판타지 대서사물이 될 가능성이 있었지만, 스토리부터 시각효과에까지 <스타워즈>를 너무 따라하려 했다는 점이 <스타워즈 에피소드 6: 제다이의 귀환>과의 맞대결에서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됐을 것이다.

 

본작의 흥행 실패에도 불구하고 <스타워즈>의 라이트 세이버와 함께 인기 무기 아이템으로서 지금까지 인기를 누리는 글레이보(출처: Youtube video ‘Adam Savage Wields The Glaive from Krull!’)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 결정타로 등장하는 클레이보!

그럼에도 본작의 레거시는 계속 이어졌다. 비장의 무기 글레이보는 그 자체로 아이콘이 되어 영화사상 인기 있는 소품 중 하나가 되었고, ‘라이트 세이버’와 함께 80년대 SF, 판타지 장르의 대표 무기로 인기리에 투표되기도 했다. 그 인기는 80-90년대 대중문화에 오마쥬를 바치는 <레디 플레이어 원>(2018)로도 이어졌다. 영화의 홍보용로 만들어진 보드게임부터 액션 피겨 역시 흥행 실패가 무색할 만큼 인기리 판매되어 졌으며 지금까지도 영화팬들의 필수 수집품이 되었다. <스타워즈>보다 더 신화적으로 연출되 현실 관객들과의 공감에 실패했지만, <스타워즈>만 가능했던 사실적인 판타지 장르, 특히 스페이스 오페라를 원작기반 없이 창작된 <혹성의 위기>는 지금까지도 판타지 장르에 있어 중요한 영화로 평가되고 있다. 지금의 대규모 CG 이전 직접 손으로 만들던 거대한 세계관을 창조했다는 점에서, 또 이때가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왕좌의 게임] 열풍으로부터 20~30년 전임을 감안하면 더욱 놀랍다. 그리고 이때의 상상력과 비주얼들은 지금의 판타지 영화들에게 영감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반지의 제왕>의 경우 미니어처 및 세트 디자인 등의 부분에서 본작의 기술적 노하우를 많이 따라하였고, 본작의 미술팀들 중 일부는 [왕좌의 게임]에까지 현역으로 활동중에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 일명 “<스타워즈> 따라쟁이”였다는 우아한 실패작을 절대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여담1 : 특이하게도, 리사 공주 역으로는 두 명의 여배우가 연기하였단다. 여러 오디션 끝에 17세 영국 배우 ‘리세트 앤서니’를 캐스팅해 촬영하였지만, 그녀의 영국 액센트가 너무 딱딱하다고 생각한 콜롬비아사에서는 미국 관객들이 그녀의 대사를 알아들을 수 없을 것이라 우려하였다. 그래서 35세 미국 배우 ‘린제이 크로우스’에게 리사의 목소리 더빙을 맡겼다. 그래서인지 극중 앤서니의 앳된 얼굴와 중후한 목소리가 다소 언밸런스하게 느껴진다. 사실 사전에 이를 협의보지 못했던 앤서니는 개봉이 돼서야 이 사실을 알고 굉장히 불쾌해했다고 전해진다.)

리사 공주를 연기한 두 명의 배우: 직접 연기한 17세 영국 배우 '리세트 앤소니'와 그녀의 목소리를 미국 액센트로 대신 더빙한 35세 미국 배우 '린제이 크로우즈'

 

 

 

(여담2 : 본작은 음악도 훌륭하다! 그럴 수밖에 없는게 <에이리언2>(1986), <꼬마유령 캐스퍼>(1995), <브레이브 하트>(1995), <쥬만지>(1995), <타이타닉>(1997), <바이센티니얼 맨>(1999), <트로이>(2004), <아바타>(2009) 그리고 유작이 된 <매그니피센트 7>(2016)에까지 참여한 전설적인 음악감독 ‘제임스 호너’가 음악을 해줬기 때문이다. OST 역시 들어보거나 구매해 보기를 추천!!)

https://www.youtube.com/watch?v=51vdPsLHal4

제임스 호너가 작곡한 끝내주는 <혹성의 위기> 테마곡 듣기!!!!

R.I.P

James Roy Horner

1953~2015

 

 

 

사진 출처 :

IMDB

나무위키: 피터 예이츠( https://namu.wiki/w/%ED%94%BC%ED%84%B0%20%EC%98%88%EC%9D%B4%EC%B8%A0 )

moon-city-garbage: Krull( http://www.moon-city-garbage.agency/krull/ )

‘Video Rewind: Krull (1983)’(by jason McFiggins) from “Morbidly Beautiful”( https://morbidlybeautiful.com/video-rewind-krull-1983/ )

WIKIPEDIA: 007 Stage

007 Museum( https://www.007museum.com/pinewood_studios.htm )

Facebook: Movie Oubliette( https://www.facebook.com/movieoubliette/posts/the-slayers-of-krull-were-designed-and-sculpted-by-the-legendary-andrew-ainswort/727825364616989/ )

Youtube video ‘Adam Savage Wields The Glaive from Krull!’ from “Adam Savage’s Tested”( https://www.youtube.com/watch?v=r8MbUFth6-M )

IMS Vintage Photograph: Lysette Anthony - Vintage Photograph( https://imsvintagephotos.com/products/lysette-anthony-vintage-photograph-3815319 )

Rotten Tomatoes: Lindsay Crouse( https://www.rottentomatoes.com/celebrity/lindsay_crouse )

‘James Horner, ‘Titanic’ Composer, Dies in Plane Crash‘(by By Jon Burlingame) from “VARIETY”(2015.06.22.)( https://variety.com/2015/film/news/james-horner-dead-1201525804/ )

영화 <Krull>(ⓒColumbia Pictures, Barclays Mercantile Industrial Finance 1983)

자료 출처 :

Youtube video ‘Krull - Good Bad Flicks’ from GoodBadFlicks( https://www.youtube.com/watch?v=xf5bVu_cMH0 )

Youtube video ‘10 Things You Didn't Know About Krull’ from “Minty Comedic Arts”

( https://www.youtube.com/watch?v=8TI2_323Rvg )

‘I Love Everything About Krull’(by Robert Lockard) from “Deja Reviewer”( https://dejareviewer.com/2024/07/23/i-love-everything-about-krull/ )

‘Video Rewind: Krull (1983)’(by jason McFiggins) from “Morbidly Beautiful”( https://morbidlybeautiful.com/video-rewind-krull-1983/ )

영상 ‘Journey to Krull - The Making of the Film’ from “EndsAndOdds”(ⓒColumbia Pictures, KALEDOSCOPE 1983 https://www.youtube.com/watch?v=_MXYNyv6oe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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