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에서 이어집니다)
스토리를 읽는 것만으로 이 영화는 괴수물이나 블록버스터라기보단 로드 무비이자 멜로 드라마, 독립영화 스타일의 작품이라 느껴질 것이다. 제작규모의 한계도 있지만 에드워즈 감독은 볼거리보단 사실주의적인 드라마에 집중하고 싶어했다. 그래서 캐스팅도 연인 사이로 발전하는 두 주인공의 자연스러움을 위해 실제 커플 사이인 배우들을 캐스팅하고자 했다. 그래서 프로듀서의 소개로 실제 연인 사이인 배우 ‘스쿠트 맥네리’와 ‘휘트니 에이블’을 캐스팅하게 되었다. 그러나 거대 세계관에 비해 제작여건이 소규모인 건 어쩔 수 없는 상황. 그래서 에드워즈 감독은 독립영화 감독들이 주로 사용하는 최소규모 제작방식인 이른바 ‘게릴라 필름메이킹(guelilla filmaking)’ 방식으로 영화를 찍기로 한다.
즉 최소한의 스텝으로만 구성해 촬영하고, 사전 답사 대신 현장에서 즉석 로케이션을 선택해, 구체적이고 정교한 대본보다는 기본적인 씬별 설명만으로 자연스러운 연출로 채워나가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그렇게 에드워즈 감독이 직접 촬영과 연출을 맡고, 현장 프로듀서, 동시녹음 감독, 현장 매니저, 운전 담당까지 5명의 스테프와 주연배우 둘로만 구성해 '멕시코', '코스타리카', '과테말라', '벨리즈', 그리고 '미국 텍사스'에서 촬영이 이뤄졌다. 단역들 역시 현지인들로 즉석 캐스팅했다. 현장편집도 편집감독이 컴퓨터와 노트북을 들고 다니며 현지 숙소에서 매일마다의 촬영분을 편집하고, 숙소를 옮길 때마다 장비를 해제하고 다시 설치하는 방식을 반복했다.
공교롭게도 편집 감독은 다큐멘터리 출신이었기에 시각효과와 괴수가 등장하는 영화 편집에 낯설어 했단다. 그래서 에드워즈 감독은 그런 그에게 <죠스>(1975)를 참고해주며 괴수를 거의 감추어 긴장감을 주다 클라이맥스에 등장하는 구성으로 요구했단다. 힘든 촬영과 편집을 모두 마친 후 에드워즈 감독은 거리부터 정글 장면들 위에 특기인 CG를 입혀 외계와의 전쟁 세계관을 창조했다. 특히 도로 표지판의 문구와 픽토그램을 새롭게 그려 넣고, 폐허가 된 건축물부터 탱크와 헬기 차량들을 합성해 넣었다.
9개월 간의 제작기간 후 영화는 2010년 미국 텍사스의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XSW)’ 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였다. 첫선에서부터 각광을 받은 영화는 독립영화 특성상 적은 상영관 수에도 불구하고 400백만 달러 이상라는 괜찮은 성적을 보였다. 국내에서도 2010년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경쟁부문으로 상영되어 국내 영화팬들과 조우했다. 이 때가 필자와 영화가 조우한 순간이다. 영화 이후 <고질라>부터 <스타워즈 스토리: 로그원>의 연출을 맡게 된 에드워즈 감독은 물론이요, 맥네리도 <프랭크>(2012), <나를 찾아줘>(2014), <배트맨 V 슈퍼맨>(2016) 등에 출연하였고, 에이블도 <툼스톤>(2014), [그 땅에는 신이 없다](2017) 등에 출연하며 헐리우드 인지도를 쌓아가게 되었다.
<몬스터즈>는 독립영화계에 있어 기적적인 영화라 평가할 수 있다. 그 중심에는 시각효과가 있다. 최근 들어 눈이 피로할 정도로 남용되는 CG 비주얼에 대한 비관적인 시점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에드워즈 감독은 CG가 제대로 사용되는 영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외계생명체를 표현하는 CG 외에도 붕괴된 건물, 추락한 우주선 동체, 두 도시를 섞어 만든 가상의 도시 풍경까지 합성 영상들이 그를 증명한다. 그래서 처음 영화를 본다면 이 장면들이 CG로 재탄생한 영상들인지 상상치 못할 정도다. 특히나 저예산임에도, 기존의 CG 합성을 쉽게 하기 위한 블루스크린 배경을 설치 하지 않음에도 원본 영상과 딱맞는 화질과 질감으로 감쪽같이 장대한 세계관을 펼쳐내 보여주었다.
외계생명체들의 비주얼도 마찬가지다. 무시무시하고 혐오스런 비주얼이 아닌 심해 해파리를 본따 투명하면서 체내에서 형형색색 신경 전파를 뿜어내는 비주얼로 신비스럽게 표현되었다. 그리고 그도 마구잡이로 등장하지 않고 주인공들에게 공포감을 조성하고자 고래 울음소리를 본딴 소리를 내 <죠스>에서처럼 은밀한 공포감을 조성하는 한편 그저 괴물이 아닌 분명한 성격을 보여주기도 하면서 묵직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괴생명체들의 교감 장면은 후속작 <고질라>에서도 유사하게 연출되 같은 효과를 보여준다. 여기에 에드워즈 감독은 현재 이슈인 미국 이민 문제부터 중남미 민간 마약 조직, 그리고 미군의 패권주의 문제까지 얹어내며 다큐멘터리식 현실감을 추가하며 관객들에게 더 깊은 울림을 전한다.
에드워즈 감독의 이러한 능수능란한 실력이 있었기에 <고질라> 리메이크부터 <스타워즈 스토리: 로그 원> 역시 성공할 수 있었을게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고질라>의 경우 원작에 관심없던 감독과 기존 B급 괴수 영화(혹은 재난 영화) 공식에 맞춰 대강 만든 98년도 리메이크가 큰 실망을 안겨주었던 전례가 있었다. 이런 전례에서 에드워즈 감독은 원작에 대한 경애와 함께 주특기인 시각효과와 휴먼 드라마 엮기, 여기에 당시 세계적으로 충격을 주었던 후쿠시마 원전 사태와 이라크 전쟁에 대한 기억을 얹어 탁월하게 연출해내 청출어람(靑出於藍)을 실현해보였다.
이 전략은 화려한 <스타워즈> 세계관 속에서 외로이 투쟁하는 저항군의 휴먼 스토리에 훌륭히 집중한 <로그원: 스타워즈 스토리>에서도 드러난다. 여기다 최종보스 ‘다스베이더’를 결말까지 철저히 숨기다 등장시키는 연출로 긴장감을 높인 점 역시 유사하다. 시각효과와 드라마를 잘 엮어 진중한 작품성을 겸비해 나가는 감독은 전 세계 어디에서나 흔하지 않다. ‘제임스 카메론’, ‘로버트 저멕키스’이 그랬던 것처럼 에드워즈 감독도 시각효과계의 새 장을 열 거장이 될 수 있기를 지금도 필자는 간절히 바라고 또 바라고 있다. 2010년 <몬스터즈>로 필자에게 감동을 주었던 마법 그대로.
(여담-힘겨운 촬영을 하면서 ‘스쿠트 맥네리’와 ‘휘트니 에이블’는 촬영을 무사히 마치고 나면 둘 사이에 더 이상 거칠 것이 없을 거라 농담하였단다. 아니나 다를까, 촬영이 무사히 끝난 뒤 둘은 바로 결혼에 골인하였다. 그러나 둘은 2019년에 9년 간의 결혼생활을 마무리 지었다.)
자료 출처 :
IMDB
Youtube video ‘Exploring Monsters’ from “GoodBadFlicks”( https://www.youtube.com/watch?v=Mt3qcJedGM4&list=PLU0Cu1gVmh2ea7rbs3QZPI8S8hbN-kg1y&index=105 )
Youtube video ‘Monsters Behind SCENES Gareth Edwards’ from “Java Dumpster”( https://www.youtube.com/watch?v=k8JpdND—g8 )
Youtube video ‘Gareth Edwards on the making of "Monsters" | Adobe Creative Cloud’ from “Adobe Creative Cloud”( https://www.youtube.com/watch?v=7YXeF5iiUoY&t=13s )
Youtube video ‘Monsters Featurette HD Exclusive’ from “Magnolia Pictures & Magnet Releasing”( https://www.youtube.com/watch?v=Vz-yZJdpvbo&t=2s )
Youtube video ‘MONSTERS Creating the world’ from “Vertigo Releasing”( https://www.youtube.com/watch?v=ooXuOxo3gDI&t=1s )
사진 출처 :
IMDB
‘INTERVIEW WITH GARETH EDWARDS, WRITER/DIRECTOR OF MONSTERS’(by Lucky Mckee) from “CULT PROJECTIONS”( http://www.cultprojections.com/interviews/interview-with-gareth-edwards )
Youtube video ‘Exploring Monsters’ from “GoodBadFlicks”( https://www.youtube.com/watch?v=Mt3qcJedGM4&list=PLU0Cu1gVmh2ea7rbs3QZPI8S8hbN-kg1y&index=105 )
Youtube video ‘Monsters Behind SCENES Gareth Edwards’ from “Java Dumpster”( https://www.youtube.com/watch?v=k8JpdND—g8 )
Youtube video ‘Gareth Edwards on the making of "Monsters" | Adobe Creative Cloud’ from “Adobe Creative Cloud”( https://www.youtube.com/watch?v=7YXeF5iiUoY&t=13s )
Youtube video ‘Monsters Featurette HD Exclusive’ from “Magnolia Pictures & Magnet Releasing”( https://www.youtube.com/watch?v=Vz-yZJdpvbo&t=2s )
Youtube video ‘MONSTERS Creating the world’ from “Vertigo Releasing”( https://www.youtube.com/watch?v=ooXuOxo3gDI&t=1s )
영화 <Monsters>(ⓒProtagonist Pictures, Vertigo Films 2010) 영상캡쳐
영화 <Godzilla>(ⓒWarner Bros., Legendary Entertainment, Disruption Entertainment, Dune Entertainment, Toho Company 2014) 영상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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