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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트클래식 리뷰/스릴러

<스토커>(2002) 2부

 

(..1부에서 이어집니다)

 

CF,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인 ‘마크 로마넥(Mark Romanek)’ 감독은 <택시 드라이버>(1976)에서 받은 영감으로 홀로 외로이 지내며 이상향을 꿈꾸나 그 환상이 깨지는 순간 폭발하는 이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어했다. 그래서 본인의 애착 대상이기도 한 카메라와 남의 생활을 쉽게 옅볼 수 있는 사진 인화사라는 직업을 소재로 끌어 시나리오를 구상했다. 문제는 주인공 싸이 역 캐스팅이었다. ‘잭 니콜슨’부터 광기어린 연기로 유명 배우들에게 제의했지만 섭외에 실패해갔다. 그러던 중 원래 싸이를 해고하는 마트 매니저 역할로 캐스팅하고자 했던 로빈 윌리암스가 싸이 역을 간청하면서 캐스팅이 이뤄졌다고 한다. 윌리암스는 싸이 역을 완벽히 소화하기 위해 이틀동안 사진 인화 기술을 익혔으며, 어린시절 트라우마로 생긴 강박증적 성격을 표현하기 위해 트레이드 마크인 팔과 가슴의 두툼한 털들을 모두 제모하였다.

'싸이'를 연기하기 위해 연구 중인 윌리암스(ⓒMark Romanek)

동시에 제이크에게 주는 장난감 선물로 [신세기 에반게리온](1995~1996) 액션 피겨로 선택해 결말에 대한 복선을 주자는 아이디어 역시 로마넥 감독에게 제안했다.(비록 로마넥 감독은 인터뷰에서 이를 부인했다.) 실제로 윌리엄스가 [신세기 에반게리온] 시리즈의 팬이었기 때문이다. 시리즈의 팬이라면 잘 알고 있듯이, [에반게리온]은 지구를 침공하는 세력에 맞서 순수한 주인공이 로봇을 통해 맞서 싸워나가지만 점차 폭주해 타락해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그래서일까? 윌리암스의 의도대로, 그가 환상이 깨진 직후 그의 침대맡에 선물하지 못한 피규어가 날개를 피고 검을 든 채 서 있는 쇼트가 등장한다. 이는 에반게리온의 전투 모드로 곧 싸이고 똑같이 반격에 나섬을 의미하고, 마트에서 싸이고 훔치는 칼의 진열장도 에반게리온 피규어 자태와 비슷한 형태로 진열되어 있다.

 

'제이크' 역의 '딜런 스미스'와 함께 에반게리온 피규어를 들고 대본 연습을 하는 윌리암스

영화는 ‘20세기 폭스’사 내에 세워져 예술적 자율을 지향하는 제작사 ‘폭스 서치라이트’를 통해 제작되었고, 독립영화라는 한계상 소규모의 극장들에서 개봉되었다. 그럼에도 영화는 1천2백만 달러 제작비 대비 5천2백만 달러라는 꽤 끈 성공을 거두었다. 개봉 전부터도 선댄스 영화제에서 먼저 선보여져 높은 평가와 함께 주목받았고, 개봉 후의 반응도 말할 것 없었다. 그러나 이후 이상하리만큼 영화에 대한 입소문을 줄어들었고 한동안 거론이 되지 않았다. 그러다 윌리암스의 사망 후 그의 필모그래피에 대한 재주목과 함께 <스토커> 역시 재주목받기 시작했고, 영화팬들에 의해 잊혀진 스릴러 명작으로 재평가 받게 되었다. 로마넥 감독도 이후 잠시 뮤직비디오 연출에 집중하다가 ‘앤드류 가필드’ 주연의 <네버 렛미고>(2010)로 다시 주목을 받으며 차기작을 준비중이다.

“아이들에게 짐승처럼 대하면 안 돼요. 윌 요킨은 모든 걸 가졌음에도 전부 버렸어요.”

 

싸이는 동정심이 가 보일지라도 분명 문제적인 캐릭터다. 자신의 이상향을 남의 사진에 투영해 멋대로 수집하며 엿보고 거주지에까지 들어서는가 하면, 그 이상을 틀어지는 순간 폭력도 불사하는 (제목 그대로)전형적인 스토커적 인물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정신분석학적으로 그는 대타자를 통해 자기 욕망뿐 아니라 자기 본질을 새롭게 포장해 나가는 망상장애 형이라고 볼 수 있다. 그가 요킨 가족 사진들 외에도, 거리 골동품점에서 구매한 여인의 사진을 남에게 보여주면서 자신의 어머니 사진이라고 부르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비록 그 배경을 명확히 설명해주지 않지만, 마지막 독백을 통해 추측해볼 수 있는 점에서 그 내면을 상상해보는 재미가 있다.(이 독백 장면이야 말로 <굿 윌 헌팅>에서의 독백과 비교 안되는 진정한 명연기라 생각한다.)

그만큼 로마넥 감독은 싸이라는 전대미문 캐릭터의 내면을 묘사하는데 큰 집중을 다하였다. 여기에 <파이트 클럽>(1999)부터 <나를 찾아줘>(2014)까지 ‘데이빗 핀처’ 감독의 영화들을 촬영해준 명 촬영감독 ‘제프 크로넨웨스(Jeff Cronenweth)’의 군더더기 없는 촬영도 한 몫해준다. 집중이 분산되지 않게 한 피사체에 중심으로 두며 색채마저도 절제해낸 그의 깔끔한 비주얼만으로 싸이의 강박적인 내면을 친절히 설명해주고 남는다. 그러나 역시나 그 캐릭터를 연기한 윌리암스의 공이 영화 전체를 지배한다. 영화 내내 그의 모습은 우리가 알던 그 로빈 윌리암스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그만큼 그의 연기 변신은 정말 성공적이었고 평론가들도 그의 새로운 연기를 격찬했다.

근래 들어 많은 이들이 코미디를 하는 배우일수록 더 내면이 어둡고 우울해 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스티브 카렐’도 <폭스 캐쳐>(2014), <빌리 진 킹>(2017)에서 놀라울 만큼 어두운 연기를 보이며 주목을 받아냈고, ‘짐 캐리’ 역시 어릴적부터 앓아 온 극심한 우울증부터 <맨 온 더 문>(1999)에서 메소드 연기를 하면서 시작된 정서불안을 고백하면서 코미디 배우들을 보는 시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더불어 '아담 샌들러', '벤 스틸러', '잭 블랙'까지의 배우들도 점차 어두운 연기에 도전하면서 대중의 주목을 받는 동시에 자신들의 우울함으로부터 해방을 시도하게 되었다. 이 모두가 윌리암스의 <스토커>로부터 시작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게다. 그리고 이는 영화의 주제인 현대인의 고립과도 이어진다.

 

영화는 이를 밝은 흰 벽임에도 사방이 꽉 막힌 마트와 인화소 공간의 폐쇄감부터 가족의 면모를 포장하고 또 엿 보게 해주는 사진이라는 소재로 잘 표현해냈다. 물론 이와 유사하게 타인의 행복을 탐하며 삶을 침범하는 스토커 이야기는 많이 있어왔다. 그러나 그 이야기를 냉정한 시각과 동정적인 시각을 두 가지를 적절히 맞춘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 점이 바로 <스토커>가 돋보이는 지점이다. 다른 배우가 연기했더라면 그저 어둡고 혐오스러울 캐릭터를 윌리암스가 특유의 미소와 공포를 함께 묶은 전대미문의 연기로 잘 표현해주었기 때문이다. 그가 비극적으로 세상을 떠난지 어느새 벌써 10년... 지금도 그를 그리워하는 이들에게 활기발랄 코미디 연기 뒤에 숨겨진 ‘진짜’ 명연기가 담긴 본작을 강력 추천하는 바이다.

 

R.I.P.

Robin McLaurin Williams

1951~2014

 

(여담-우연하게도 로빈 윌리암스는 <스토커> 촬영 직전에도 이미 어두운 범죄자 연기를 선보인 적이 있다. 같은 해 거장 ‘크리스토퍼 놀란’의 스릴러 <인썸니아>에서 주인공의 추적을 받는 반전의 주인공을 연기한 것이다. 놀란 영화 중 가장 덜 알려져 있지만 이도 수작이니 추천한다!)

 

자료 출처 :

Youtube video ‘10 Things You Didnt Know About One-Hour-Photo’ from channel “Minty Comedic Arts”( https://www.youtube.com/watch?v=qZVeHi8EHAA&t=533s )

Youtube video ‘ONE HOUR PHOTO: Revisiting Robin Williams' Most Terrifying Movie’ from channel “Ryan Hollinger”( https://www.youtube.com/watch?v=I9SRRnls9CA )

Youtube video ‘Evangelion & One Hour Phot’ from channel “Eva Monkey”( https://www.youtube.com/watch?v=Ei8JnepMRoM )

WIKIPEDIA : One Hour Photo

‘The Complexity of Sy Parrish: Analyzing the Psychology in One Hour Photo’ from “Play it Again Dan”( https://playitagaindan.wordpress.com/2016/06/03/the-complexity-of-sy-parrish-analyzing-the-psychology-in-one-hour-photo/ )

IMDB

사진 출처 :

Daum영화

Robin Williams: Photographers Remember a Legendary Actor(written by BY KRYSTAL GROW, photo by MARK ROMANEK) from “TIME”( https://time.com/3425675/robin-williams-photographers-remember-a-legendary-actor/ )

‘Real Model 09 EVA-05 Mass Production’ from “My Anime Shelf”( https://myanimeshelf.com/figures/1965977_Real_Model_09_EVA-05_Mass_Production

)

Youtube video ‘Evangelion & One Hour Phot’ from channel “Eva Monkey”( https://www.youtube.com/watch?v=Ei8JnepMRoM )

‘Robin Williams deixou bilhetes que anunciavam sua morte’(written by ROCÍO AYUSO, photo by CORDON PRESS) from “EL PAÍS”(

https://brasil.elpais.com/brasil/2015/05/27/cultura/1432737665_875595.html )

IMDB

영화 <One Hour Photo>(ⓒSearchlight Pictures, Killer Films, Laughlin Park Pictures 2002) 영상 캡쳐

영화 <Insomnia>(ⓒAlcon Entertainment, Witt/Thomas Productions, Section Eight, Summit Entertainment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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