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8월 11일, 우리 시대 위대한 코미디 배우이자 관록의 헐리우드 대배우 ‘로빈 윌리암스’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였다는 소식이 세계를 강타했다. 60대 나이에 접어들면서 공교롭게 주연작들이 흥행부진을 겪었을 뿐더러 ‘루이소체 치매(Dementia with Lewy Bodies)’라는 특수 알츠하이머병으로 연기마저 어려워 한 말년으로 고통받았다는 소식이 사후에 전해지면서 전세계 팬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 파장은 속보가 전해지던 당시 생방송 중이었던 MC ‘코난 오브라이언’, ‘지미 팰론’은 매우 침통해하며 방송을 마무리했고, 그와 함께 연기했던 ‘우피 골드버그’, ‘빌리 크리스탈’, ‘줄리아 로버츠’, ‘맷 데이먼’ 역시 비통이 담긴 추도사를 보냈다.
스크린 속 로빈 윌리암스가 맡은 연기는 하나같이 신화가 되었다. <죽은 시인의 사회>(1989)에서의 자유분방한 ‘키팅 선생님’, <굿모닝 베트남>(1987)에서 전쟁의 참화를 위로하고자 했던 라디오 DJ ‘애드리안 크로나우너’, <토이즈>(1992), <쥬만지>(1995)에서는 모험심 많은 소년기 어른으로, 그런 그 자신이 피터팬이 된 <후크>(1991), 할머니 여장도 감쪽같은 <미세스 다웃파이어>(1993), 부당한 세상에 맞서 싸우며 구원자, 멘토의 모습을 보여준 <패치 아담스>(1998), <피셔 킹>(1991) <박물관이 살아있다>(2006), 그리고 넘치는 에너지의 <알라딘>(1992)의 지니까지... 베스트 하나를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모든 그의 연기가 주옥 같았다.
60년대부터 스탠드업 코미디로 스타가 되었고, TV 시트콤 [모크와 민디](Mork & Mindy, 1978~1982)로 데뷔해 <뽀빠이>(1980) <굿모닝 베트남>, <후크>, <미세스 다웃파이어>, <쥬만지>에 이르기까지 활기발랄 통제불능 코미디 연기로 전세계 영화팬들을 사로잡았다. 코미디 뿐만 아니라 <죽은 시인의 사회>, <굿 윌 헌팅>(1997), <패치 아담스>, <바이센티니얼 맨>(1999), 그리고 잘 알려지지 않은 그의 후기 주연작 <블러바드>(2014)에서 진지하고 묵직한 연기를 선보여 주며 아카데미 상에 여러 노미네이트 될 만큼 배우로서 위용을 보여주었다. 그 가운데 마침내 <굿 윌 헌팅>으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필자를 비롯해 일부 그의 팬들은 이에 반발하는 입장이다. 물론 <굿 윌 헌팅>에서도 수상받을 만큼 무겁고 심도깊은 훌륭한 연기를 선보였지만, 그가 2002년도 출연한 스릴러 영화 <스토커>에서의 연기만큼은 못 미친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금은 거의 잊혀졌지만 <스토커>는 시대를 생각하면 진지한 주제의식부터 탄탄한 완성도를 보이는 한편 로빈 윌리엄스의 연기 변신만으로 매우 기념비적 스릴러이다.
“사진 속엔 항상 웃는 얼굴만 있죠. 생일, 결혼, 휴가... 앨범을 넘기다 보면, 슬픔이란 없는 온통 즐겁고 유쾌한 삶을 산 것 같죠. 아무도 잊고 싶어하는 건 사진으로 안 찍죠.”
주인공 ‘싸이 패리쉬’ 대형마트 내 사진 인화소에서 20년 넘게 일해온 베테랑 직원이다.그는 가족 없이 키우는 햄스터 외에 친구도 없고 가구도 별로 없는 흰 벽의 아파트 안에서 외롭게 지낼 뿐이다. 20년 동안 인화소에서 일하면서 그는 별별 사진들을 맡기는 손님들을 항상 친절히 맞이한다. 그러나 그는 누구보다도 단골고객 요킨 가족만을 기다린다. ‘윌’과 ‘니나’ 요킨 부부는 연애 시절부터 8살 난 아들 '제이크'를 둔 현재까지 사이좋은 잉꼬부부로 소문난 부부이다. 싸이도 항상 서로에게 다정한 모습을 보이며 자신의 가게를 찾아주는 그들을 반긴다. 그래서 항상 고집스러울 정도로 사진을 정성스레 인화하는 한편 제이크에게 생일 선물을 주는 무료 서비스까지 제공해준다.
그래서 사실상 마트 매니저부터 프린터기 수리공에게 싸이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는 일터에서나 밖에서나 항상 요킨 가족 생각 뿐이다. 요킨 가족 사진의 복사본을 항상 하나씩 지니고 다니며, 간혹 주변에서 물어보면 자기 가족이라고 소개하고, 그렇게 한 장씩 복사해 간 사진들로 집 거실을 남몰래 도배해 놓는다. 그는 항상 웃는 얼굴의 행복한 가정의 모습을 잃지 않는 요킨 가족의 10년 간의 삶의 이미지를 살펴보는 것으로 일상의 행복을 얻는다.
“사람들은 사소한 것들을 사진으로 찍지 않죠. 사용한 반창고나, 주유소의 주유원, 젤리 위의 벌... 그렇지만 그런 것들이 진정 삶의 모습인데도 사람들은 그런 건 안 찍어요.”
끝내 어느날 싸이는 가게 손님 정보란에 기재된 요킨 가족의 주소지까지 찾아간다. 외출한 그들 집 안에 들어가 그들의 삶의 흔적은 확인해 보고 음유해보고 공감해 본다. 심지어 그는 요킨 가족의 한 일부분으로서 그들과 함께 생활하는 친척이자 제이크의 삼촌이 되는 상상을 해본다. 그저 그렇게 집 앞에서 상상만 하지만, 싸이는 그 마저도 일상의 낙이자 큰 행복이다. 한 번은 쉬는 날 홀로 쇼핑하는 니나와 만나 그녀가 읽는 책을 자기도 구매해 같이 읽어 보이고, 축구 연습을 하는 제이크에게도 찾아가고 갖고 싶어하던 장남감을 선물해 준다. 그러나 그럼에도 니나와 윌에게는 알고 지내는 친절한 사진사 싸이도 낯선 외부인일 뿐이다.
어느 날 싸이는 인화소 손님으로 온 여성 ‘마야’가 낯익음을 깨닫는다. 생각을 거듭하던 끝에 그녀의 사진을 재확인하는 싸이. 사진 속에는 윌이 마야와 키스하고 있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마트에서도 싸이가 10년 동안 사진을 몰래 복사해 간 기록을 확인하자 그를 빌미로 그를 해고한다. 자신이 이상으로 여기던 완벽한 가족상을 보여준 요킨의 이면을 발견한 동시에 애정을 갖고 몸담았던 인화소에서 해고당하자 싸이의 분노가 폭발한다. 그렇게 혼자가 된 싸이는 마트에 진열된 사냥용 나이프와 자신의 유일한 벗 카메라를 드는데......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따르면 ‘스냅샷(snapshot)’이란 단어는 1808년 영국의 ‘앤드류 호커’ 경이 처음 사용했다고 나오죠. 그는 일기에 자신이 잡은 새들은 모두 스냅샷으로 쐈다고 기록했죠. 그 의미는 조준을 맞추지 않고 빠르게 총을 쏘아대는 것을 의미해요. 즉, 스냅샷은 원래는 사냥 용어였다는 거죠.”
(2부로 이어집니다..)
자료 출처 :
Youtube video ‘영화계의 비극. 사후에야 밝혀진 로빈 윌리엄스의 비밀’ from channel “달빛부부”( https://www.youtube.com/watch?v=14GV4UMaQVA&t=852s )
Youtube video ‘The Tragic Life of Robin Williams’ from channel “Watchmojo.com”( https://www.youtube.com/watch?v=6TNghd2gcaY )
사진 출처 :
‘Robin Williams' kids honor him on the 8th anniversary of his death’(by Carson Blackwelder) from ‘abc NEWS’( https://abcnews.go.com/GMA/Culture/robin-williams-kids-honor-8th-anniversary-death/story?id=88296858 )
IMDB
‘This is what the 1998 Oscars looked like’(written by Mary Sollosi, photo by Timothy A. Clary/AFP/GETTY IMAGES) from “Entertainment Weekly”( https://ew.com/oscars/flashback-1998-academy-awards/?slide=5875774#5875774 )
영화 <One Hour Photo>(ⓒSearchlight Pictures, Killer Films, Laughlin Park Pictures 2002) 영상 캡쳐
'컬트클래식 리뷰 > 스릴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토커>(2002) 2부 (1) | 2024.09.09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