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11월 28일, 헐리우드 노장 배우 '레슬리 닐슨(Leslie Nielsen)'의 사망 소식이 알려졌다. 오랜 영화팬, 코미디 영화 팬이라면 그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라디오 DJ와 TV 배우부터 시작해 다양한 영화 출연을 거치면서 80년대 일명 ZAZ사단이라 불리우던 짐 에이브람스, 데이빗 주커, 제리 주커 3인조 감독과 만나 당시로서 파격적인 형식의 코미디 시리즈인 <에어플레인>(1980), <총알 탄 사나이>(1988~1994) 등에 주인공을 맡으며 코미디의 대부, 패러디 영화의 대명사 배우로 자리잡 았다. 그러나 그도 1950년부터 연기를 해온 오랜 연기파로써, 고전영화 <금지된 행성>(1956)과 <포세이돈 어드벤처>(1972), TV 시리즈 [제시카의 추리극장], 그리고 82년 옴니버스 공포영화 <크립쇼>(1982) 등에서 보여준 정극 연기가 그의 본 모습이자 전공이었다.
그렇지만 그답게 진지하게 역할에 몰입하여 혼자 심각하게 연기했기에 관객들도 그 황당한 소동극에 자연스레 빠져 웃음을 터뜨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는 끝까지 <슈퍼히어로>(2008), <무서운 영화> 3~4편(2003~2006) 등 패러디 영화에 출연하였고, 2010년 84세의 나이로 결국 오고야 말았던 별세를 맞고 말았다. 코미디계의 대배우 타계 소식에 전세계 팬들의 추모가 일었다. 많은 이들이 그의 대표작으로 <총알 탄 사나이> 시리즈나 <무서운 영화> 시리즈의 엽기 대통령으로 기억하겠지만, 필자에게는 유명한 둘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그러나 두 영화에 비해 비교적 덜 알려진 더 강력한 패러디와 그만큼의 닐슨의 연기가 더 다이나믹하고 강렬했던 ‘팻 프로프트’ 감독의 <롱풀리 어큐즈드>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영화는 해리슨 포드의 90년대 대표작 <도망자>(1993)의 오프닝 타이틀 시퀀스를 흉내내며 황당한 자막으로 시작부터 관객에게 도발한다. “이 영화는 모두 사실이며, 실제하는 영화들 속 사건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어 영화는 레슬리 닐슨이 분한 주인공 ‘라이언 해리슨’을 소개한다.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중에도 가려운 머리와 코를 긁고 눈물방울을 바이올린 줄에 떨어뜨려 섬세한 연주까지 할 줄 아는 바이올린 마에스트로 라이언의 연주가 진행되는 가운데 광선검으로 객석 안내를 해주는 극장직원에게 한 여인이 1등석에 앉은 부부 중 남자에게 편지전달을 부탁한다. 남자는 편지를 받지만 읽고 불쾌한 듯 바로 찢어버린다. 케스가 당황해하는 사이 바이올린 콘서트는 곧 헤비메탈로 이어진다. 관객들의 환호와 함께 난장판이 된 공연을 라이언은 오늘도 그답게 성공시킨다.
다음날 라이언은 자신의 열성 팬인 1등석의 남자 ‘굿휴’의 파티에 초대받는다. 서로 인사를 나눌 때 문제의 여인 ‘케스’가 굿휴에게 전할 말이 있다 찾아오지만 굿휴는 무언가를 감추듯 완고히 거절하고 그녀와 다툼을 벌인다. 그렇게 둘이 티격태격하는 사이 굿휴의 아내 ‘로렌’은 라이언과 둘 만 남게 되자 거대한 위스키 잔부터 시작해 그를 유혹하기 시작한다. 같은 날 밤 공연 역시 성공적으로 마치고 귀가하려던 라이언은 그의 차에서 로렌이 자기에게 오라며 그러지 않으면 자살하겠다고 구애하는 내용의 편지를 받는다.(우유 한 통도 사 와 달라는 추신과 함께;) 한편 굿휴의 저택에서는, TV를 통해 UN 사무총장 맥킨타이어 경이 반테러 정책 연설을 준비하겠다는 뉴스가 전해지는 가운데 굿휴가 혼자 술을 마시고 있다. 순간 1인칭 시점 샷의 누군가가 굿휴의 등 뒤를 노린다.
인기척에 돌아본 굿휴는 아는 이인듯 태연하게 자신의 집이 테러리스트들이 상륙하기 좋은 해안가라 자신을 살해하고 테러 단체를 상륙시키려 한다는 걸 알고 있다며 칠판까지 들고 친절하게 (관객에게)설명해준다. 그리고 그 설명대로 굿휴는 총에 맞는다. 두 방, 세 방, 네 방을 맞았음에도 그저 아프다고만 하는 굿휴는 화살까지 동원해서야 숨을 거둔다. 굿휴 부부의 집에 도착한 라이언은 불 꺼진 어두운 집 안에서 결국 누군가에게 붙잡힌다. 로렌이라 생각한 라이언은 우린 이래선 안 된다는 말을 던지지만 곧 상대가 정체불명의 남성인데다 굿휴가 살해된 광경을 목격하고 격투를 벌인다. 격투 끝에 남자의 의수와 인족, 의안까지 떨어지는 광경을 목격한 라이언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 뒤통수를 맞아 쓰러진다. 외팔, 외다리, 외눈의 남자는 수수께끼 상대방에게 라이언에게 살인 누명을 씌우자고 제안하고, 라이언은 철제 테이블에 깔리며 <스타워즈: 제국의 역습>의 한 솔로 꼴이 되어 기절한다. “작전명 하이랜더”라는 단서만 듣고.
다음날 아침 로렌의 신고로 굿휴의 시신이 발견되고 같은 장소에서 총과 활이 쥐어 진 채 깨어난 라이언이 예상대로 살인누명을 쓰고 체포된다. 사형 판결을 받고 교도소로 버스 이송되던 라이언을 참다못해 버스 교도관에게 억울하다며 유치한 말싸움을 벌인다. 그때! 바로 정면 도로 바닥의 바나나 껍질을 밟지...도 않고 놀란 버스 운전사는 급회전을 하여 버스는 언덕 아래 기찻길로 추락하고 만다. 그 대형사고 속에서도 겨우 쓰레기통 두 겹 뒤집어 씌이는 수난만 겪은 라이언은 아니나 다를까 기차가 달려오자 선함 심성에 맨손으로 죄수와 간수들을 한 방에 던져 구조한 뒤 기차가 충돌하눈 순간 아슬아슬하게 빠져 나간다. 자신에게 원수 진 듯 자기만 쫓아오는 기차를 피한 끝에 라이언은 <도망자>의 ‘해리슨 포드’가 그랬듯 도망자 신세가 된다. 낚시용품 가게에서 옷을 훔쳐 입은 라이언은 우연히 가게 주인이 가게를 찾은 경찰관에게 굿휴가 죽은 날 그의 집 해안가에 낯선 배가 왔었다는 정보를 입수한다. 그리고 자신의 현상수배 사진을 발견해 경찰관이 보기 전 낙서를 하고, 마침 그를 본 경찰관을 바로 가게에 있던 낙서와 똑 닮은 이를 용의자로 체포한다.
라이언은 다시 굿휴의 저택으로 진입한다. 비상 열쇠를 찾고자 화단을 살펴본 결과 거대한 열쇠...모양의 박스 안에서 ‘비상용 돌’로 유리문을 깨 잠금장치를 열고 들어간 라이언은 역시 <도망자>에서처럼 불빛 깜짝이는 효과를 받으며 플래시백에 빠져든다. 깜빡이는 불빛 효과가 눈부셔 선글라스를 써서야 라이언은 외팔, 외다리, 외눈박이 남자와 싸울 당시 자신을 기절시킨 제 3자가 로렌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새 경찰들이 몰려오자 라이언은 정원사로 위장해 잔디깎이 기계를 타고 정원의 돌담부터 분수대까지 모조리 동강낸 끝에 빠져나간다. <도망자>의 ‘토미 리 존스’ 만큼 똘끼어린 반장에게 들킨 라이언은, 역시 해리슨 포드가 그랬던 것처럼 하수구로 도망친다. 그 끝에 라이언은 하수구 끝 댐 폭포에 마주하고 만다. 반장에게 결백하다고 당당하게 주장해보지만 반장에겐 랩으로 밖에 들리지 않고, 체포될 수 없어 라이언은 역시 댐 아래로 뛰어든다. 물론 해리슨 포드처럼 멋있게가 아니라 하수구 천장에 머리를 박고 기절한 채...;;
무사히 살아난 라이언은 케스를 미행해 그녀의 집까지 들어가 심문한다. 케스는 자신은 부모를 모르는 고아 출신이며 로렌이 어린시절 잃어버린 언니일지 몰라 굿휴의 파티에 온 것이라는 황당한 고백으로 그를 설득시키려 한다. 물론 황당한 만큼 믿지 않는 라이언은 어떤 수단도 통하지 않겠다며 자신만만해...하지만, 케스가 이렇게 해야 자신을 믿겠냐며 야릇한 눈빛으로 다가오자, 카리스마와 달리 바로 유혹에 넘어간 라이언은 (경찰에게 대대적으로 쫓기는 상황임에도) 이후 케스와 데이트를 나다니며 뜨거운 사랑을 나눈다. 그 사이 경찰 반장은 라이언이 대놓고 헐리우드 명예의 거리처럼 남긴 손바닥과 발자국으로 그의 도망 경로를 확인하고 근방의 타이어 자국을 함께 발견한다. 그 타이어 유형이 예민한 예술가 기질 여성이 주로 타는 자동차라 판단한 반장은 추격과정에서 마주한 적 있는 케스를 추격하기로 한다.
(2부로 이어집니다..)
사진 출처 :
IMDB
영화 <Wrongfully Accused>(Morgan Creek Entertainment, Constantin Film 1998) 영상 캡쳐
자료 출처 :
WIKIPEDIA: Leslie Nielsen
나무위키: 레슬리 닐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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